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100대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초(超)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핀셋 증세’ 방침의 당청 사전 물밑 조율에도 직접 나섰다.
김 의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조 원 가까운 핀셋 증세와 함께 당정이 조만간 발표할 세제개편안을 통해서도 추가로 3조 원 가까운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기술 기반 조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피해 계층 지원 등에 사용해 더 공정한 ‘상생의 기반’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들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야 한다.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초대기업이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폭을 넓혀주는 것”이라며 “이번 핀셋 증세는 사랑 과세, 존경 과세, 착한 과세”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세제개편안에 담기는 추가 세수 확보 방안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강화,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 축소, 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이득 금융소득 과세 강화를 비롯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조 원 가까운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
“구체적인 방안은 당정 논의를 끝내야 밝힐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과징금과 별도로) 증여 이익 계산 방법 보완 등을 통해 과세를 강화할 것이다.”
―청와대와 당이 속도감 있게 초대기업 등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는 배경은….
“내년 지방선거 등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뒀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초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기업과 국민의 이해와 공감의 폭이 넓어지면서 기업의 활동 여건도 좋아질 것이다.”
―‘핀셋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고려하지 않나.
“초대기업 등에 대한 증세는 형식적으로 증세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과거 정부의 부자 감세를 정상화하는 조치다.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90% 가까운 국민이 지지하고 있다. 이미 국민적 합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는 과세표준 2000억 원은 어떻게 산출됐는지….
“(과표) 500억 원 이상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 25%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경제 상황을 고려해 법인세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거나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측과 올려서는 안 된다는 측의 주장을 종합한 조정안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증세 대상에 포함되는 126개 기업 가운데 5대 기업 계열사는 몇 개나 포함되나.
“특정 기업을 세분해서 분류한 것은 아니다. 과표 2000억 원 초과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 기준으로 2조 원이 넘는 초우량 기업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측면에서 면세점 인하는 검토하지 않나.
“현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봉급생활자들, 근로소득자들은 세원 자체가 워낙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단돈 10원도 누수 없이 정확하게 납부하고 있다. 그분들에 대한 과세 확대는 아직 이르다.”
―증세안이 현실화되려면 여소야대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증세안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내놓은 공약이었다. 바른정당은 명목세율과 법인세 인상, 고소득자 세율 인상을 비롯해 재산세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심지어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인상 검토도 주장했다. 국민의당 역시 초고소득층에 대한 최고세율을 상향하고 법인세 최고 과표 구간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과표) 200억 원 이상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25%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법안도 냈다. 최소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협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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