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빅4에 TK 제외… ‘촛불’ 관리 서울경찰청장 유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 인사]권력기관 인선 ‘박근혜 정부 지우기’


국세청과 경찰청이 내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무원단 인사가 본격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이른바 ‘4대 권력기관’(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가운데 간부진 인사의 신호탄을 쏜 국세청의 경우 한승희 청장 취임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을 만큼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엄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권력기관에서 박근혜 정부의 색채를 지우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기조가 향후 주요 부처 및 공공기관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 국세청


국세청은 한 청장 취임 28일 만인 26일 1급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국세청의 핵심 요직으로 이른바 ‘빅4’로 불리는 국세청 차장, 서울지방국세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주인공들이다.

국세청 차장에는 서대원 법인납세국장(55)이 승진 임명됐다. 서 차장은 1991년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해 서울청 징세법무국장, 기획조정관 등을 거쳤다. 조직 내 신임이 두텁고 겸손해 조직 안살림을 담당할 차장 직위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국세청장에는 국세청 호남 인맥 선두주자인 김희철 광주지방국세청장(57·행시 36회)이 임명됐다. 중부국세청장에는 김용균 개인납세국장(54·행시 36회), 부산국세청장에는 김한년 서울청 조사1국장(56)이 각각 발탁됐다. 김한년 청장은 이번 1급 인사 중 유일하게 비고시 출신이다. 1983년 8급 특채로 공직에 입문해 세무대 출신으로는 김재웅 전 서울국세청장 이후 두 번째로 1급 자리에 올랐다. 국세청은 이날 이 4명 외에 121명에 이르는 본청 과장급 이상 간부 인사도 발표했다.

이번 국세청 인사에서는 1급을 비롯해 핵심 보직인 본청 조사국장 자리까지 TK(대구경북) 출신이 한 명도 없다. 서 차장이 충남 천안, 김 서울청장이 전남 영암, 김 중부청장이 서울, 김 부산청장이 경기 성남 출신이다. 말 그대로 전국구다. 유력한 1급 승진 후보이자 경북 영덕 출신이었던 임경구 조사국장(56·행시 36회)은 현직 조사국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옷을 벗었다. 국세청은 한때 본청 국장단 대부분이 TK 출신일 정도로 TK세가 강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각 부처 인사에 공식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장관 인선을 보면 새 정부의 인사 철학을 각 부처도 알지 않겠느냐”며 해당 기관이 알아서 인사 조치를 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 경찰


경찰 역시 이날 박진우 경남지방경찰청장(55·간부후보생 37기)을 경찰청 차장으로 승진 내정하는 등 치안정감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교체설이 나왔던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54·경찰대 2기)과 서범수 경찰대학장(54·행시 33회 특채)은 유임됐다.

제주 출신인 박진우 신임 차장은 이철성 경찰청장(59)과 간부후보생 동기로 경찰청 수사기획관과 수사국장을 지낸 수사통이다. 조현배 신임 부산경찰청장(57·간부후보생 35기)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경찰청 정보국장, 경남청장을 지냈다.

경기 양평 출신으로 경찰청 외사국장에서 승진한 이주민 신임 인천경찰청장(55·경찰대 1기)은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 2004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파견 근무한 이력이 있다. 광주경찰청장에서 승진한 이기창 신임 경기남부경찰청장(54·경찰대 2기)은 치안정감 6명 중 유일한 호남(전남 장흥) 출신이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교체설이 나돌았던 충북 제천 출신 김정훈 서울청장이 유임된 배경에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촛불정국 당시 평화적으로 시위 현장을 관리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서울청장은 이번 유임으로 청와대의 신뢰를 확인한 만큼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친박근혜)’ 실세였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친동생인 서범수 경찰대학장의 유임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사여서 눈길을 끈다.

● 검찰

법무부는 이날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의 승진·전보 인사 원칙을 논의했다. 이번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2015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65)과 문무일 검찰총장(56·사법연수원 18기)이 주도하는 이번 인사는 이른바 ‘우병우 라인’ 배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문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정치에 줄 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 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하고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검장급 보직은 현재 서울·부산·대구·광주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 등 모두 5자리가 비어있다. 이는 사법연수원 19, 20기 검사장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19기에서는 조희진 의정부지검장(55)이 승진해 ‘첫 여성 고검장’이 될지가 관심이다. 동기인 조은석 사법연수원 부원장(52)과 황철규 부산지검장(53)도 유력한 고검장 후보다.

20기에서는 김오수 서울북부지검장(54), 신유철 수원지검장(52), 안상돈 대전지검장(55), 김회재 광주지검장(55), 김호철 법무부 법무실장(50), 박정식 대검 반부패부장(56) 중 3, 4명의 고검장 승진이 유력하다.

연수원 22∼24기에서는 최대 12명가량이 검찰의 ‘별’인 검사장으로 승진한다. 특별수사와 공안 분야의 ‘대표 선수’인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51·22기)과 이정회 2차장(51)의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조동주·배석준 기자
#문재인 정부#고위공직#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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