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교섭본부장에 김현종 낙점
노무현 정부때 한미FTA 협상 주도… ‘WTO 사무총장’ 꿈은 일단 접어
관세청장에 김영문 변호사 임명
39년만에 첫 검사출신 관세청장… 면세점 사업 등 대대적 혁신 예고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에 노무현 정부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이끌었던 김현종 세계무역기구(WTO) 상소위원(58)이 임명됐다. 또 신임 관세청장에는 이례적으로 검사 출신 ‘수사통’ 김영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52)가 발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 ‘한미 FTA’의 산증인, 다시 구원투수로 임명
김현종 본부장 임명은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에 대응해 정부가 뽑아들 수밖에 없었던 예상된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김병연 전 주(駐)노르웨이 대사의 아들인 김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에게 한미 FTA를 설득해 협상을 주도했고 2007년 협정문에 서명까지 한 ‘한미 FTA의 산증인’이다. 김 본부장의 복귀는 2007년 8월 주유엔 대표부 대사로 자리를 옮기며 통상교섭본부장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이다.
관가에서는 김 본부장의 ‘컴백’을 오래전부터 예상해왔다. 국내엔 김 본부장만큼 통상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없다. 정치적으로도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갔다. 다만 현재 맡고 있는 WTO 상소위원에서 사퇴하면 90일간 정부직을 맡지 못한다는 규정 때문에 김 본부장 발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90일 규정은 그 기간 중 남은 소송을 처리하라는 취지인데, 김 본부장은 이미 본인의 소송을 다 마무리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본부장의 임명으로 한국이 WTO에서 어렵게 따낸 상소위원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 역시 WTO 상소위원 활동을 하면서 내심 WTO 사무총장 자리까지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위원직을 스스로 내놓으면서 그 꿈이 사실상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김 본부장은 당장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에 대응해 양국 특별공동위 공동의장을 맡아 개정 협상을 전면에서 이끌게 된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의 지위가 부여된다. 김 본부장의 임명에 대해 정치권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에 반대했던 여권 일각과 농민단체 등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靑 “외부인사로 관세청 개혁 주도할 적임자”
관세청장에 검사 출신이 발탁된 것은 197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택규 1대 청장(1970년 8월∼1974년 2월)과 최대현 2대 청장(1974년 2월∼1978년 12월)이 검사 출신이었다. 이후엔 주로 행정고시 출신의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나 내부 승진자가 청장직을 맡아왔다. 김영문 신임 청장의 임명에 따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비리 등에 연루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관세청에 강도 높은 개혁 조치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관세청은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해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낙회 전 청장은 비리 의혹과 관련해 2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천홍욱 전 청장은 임명 전 최순실 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와 ‘비밀 면접’을 보고 취임 이튿날에도 최 씨를 만나 식사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신임 청장은 법무부 보호법제과장과 범죄예방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을 거쳤고 국제범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관세청과 관련해 여러 가지 내부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로 개혁을 주도해 갈 적임자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 관세청과 기재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내부 혁신을 주문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검사 출신이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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