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비롯해 릴레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식량난에 신음하는 주민들을 외면하고 ICBM 확보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발사 비용 등을 자본주의 국가 기준에 근거해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해 말 ‘김정은 집권 5년 실정 백서’를 통해 김정은이 집권 이후 5년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3억 달러(약 3354억 원)를 쓴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북한 경제 특수성상 비용 추산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화성-14형’ 역시 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사실상 무임 동원하는 데다 북한의 폐쇄성 탓에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어 대략적인 비용 추산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가정보원도 31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용이 추계가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미사일 하나에 부품 약 10만 개가 들어가는데 이 중 5000개가량은 북한이 생산할 수 없다”며 “정상적인 국제 거래가 불가능한 북한이 이를 밀수하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줘야 하는 것까지 감안해야 해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과거 북한이 중동 국가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스커드와 준중거리 노동 미사일을 발사대까지 포함해 대당 10억∼20억 원에 수출한 것을 놓고 볼 때 ‘화성-14형’ 가격은 이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사일 1기가 110억 원가량인 만큼 ‘화성-14형’은 미사일만 100억 원을 웃돌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비가 시험시설을 제외하고 1조5000억 원 정도”라며 “‘화성-14형’ 크기가 KSLV-Ⅱ의 3분의 1 정도인 점 등을 토대로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엔진 개발비 등 총 개발비와 미사일 자체 가격 등을 합해 5000억 원은 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7월 평양에서 거래된 옥수수 가격은 1kg에 2080원으로, 5000억 원이면 옥수수 약 24만 t을 살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2012년 4월 대기권 재진입 기술 정도만 추가하면 ICBM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거리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다가 실패했을 당시 북한이 개발비 및 발사장 건설비 등을 모두 합해 8억5000만 달러(약 9500억 원)를 쓴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기준으로 북한 주민 식량 부족분 6년 치인 중국산 옥수수 250만 t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이미 배치한 고사포 등 재래식 무기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고 핵무기와 ICBM 개발에 몰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북한 경제에 선순환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정반대 분석도 있다. 국정원은 이날 정보위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고 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무기 개발에 돈이 안 들어 국방비가 줄었다”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경제는 밑바닥이어서 조금만 좋아져도 크게 살아난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가 작용하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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