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이 누구야?” 권영진 대구시장(55)이 2014년 시장선거에 나서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시 대구시민에게 권 시장은 ‘보지도 듣지도 못해본’ 사람에 가까웠다. 대구의 이른바 주류 출신도 아니고 당시 여당의 친박(친박근혜) 진영에 속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대구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며 누구보다 더 깊숙이 머리를 숙이고, 누구보다 많이 현장을 찾은 권 시장은 이내 유권자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
권 시장은 취임해서도 늘 뛰고 달리듯 시정(市政)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3년 동안 국내외 출장 거리가 25만 km를 넘는다. 지역 전통산업인 섬유산업이 침체기를 맞으며 오랫동안 대구가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행동이기도 하다.
권 시장은 지난달 7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 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대구가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도시로 바뀌지 않으면 변방으로 밀려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며 “이제 변화와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 달구벌이 대한민국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는….
“문 대통령께서 취임하면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셨다. 이런 의지가 국민 모두에게 공유되면 큰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대구부터 정부에 요구만 하기보다는 국가 발전에 어떻게 하면 지역 모델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겠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은 말 그대로 대통령 혼자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과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마음으로 결합할 때 모두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구는 시민과의 소통으로 미래를 위한 에너지를 모으는 ‘공동체 리더십’을 실험하고 있다. 성과도 거뒀다.”
―그래서 대구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체질을 바꾸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대구는 섬유와 기계, 금속, 자동차 부품업이 전체 경제와 산업의 약 75%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성장은 쉽지 않다. 체질이 바뀔 정도로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 의료, 에너지, 미래형자동차, 사물인터넷 등을 5대 신(新)산업으로 정해 국가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에 1t급 전기 상용차가 생산된다. 자율주행 시범단지를 지정하고 실증도로도 닦고 있다. 정부의 지역공약에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선도도시 육성이 반영됐듯 대구가 미래형 자동차 중심도시가 되도록 할 것이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 중요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3년 동안 145개 기업에서 1조9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몇 년 뒤면 대구의 경제·산업지도는 크게 달라져 양질의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생길 것이다. 이를 통해 청년정책을 자신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대구공항 통합 이전은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나.
“내륙도시인 대구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도시가 되려면 공항은 매우 중요하다. 올해 대구공항을 이용하는 여객은 수용한계(375만 명)에 거의 다다른 330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라면 2025년에 예상 여객이 500만 명이 돼 포화 상태를 넘어서게 된다. 대구공항은 현재 확장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새로운 하늘의 길을 열지 않으면 대구의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잡기 어렵다. ‘군(軍)공항 이전 특별법’에 따라 군사공항(K-2)과의 통합 이전이 워낙 큰 사업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대구 경북 주민들께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 응원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하반기 이전할 지역이 선정되는 등 중요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도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
―대구는 지방분권 의지가 매우 높은데….
“사실 여전히 중앙집권적이다.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뭔가 할 수 있는 구조다. 대구는 지방분권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2002년부터 지방분권 조례를 만들고 지방분권협력회의도 운영하고 있다. 국가 운영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그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지방분권이 필수적이다. 헌법 개정의 기회다. 지방의 재정과 조직, 입법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지방의 힘은 곧 국가의 힘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믿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주체적 역량도 동반돼야 한다. 대구에서는 시민원탁회의와 현장시장소통실, 주민참여예산제, 시민정책제안 등이 활발하다.”
―임기는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시간의 개념은 이전과 달라졌다. 지난 3년은 그전 30년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대구의 꿈을 키워 왔다. 10개월 남은 임기는 이전의 10년 치 일을 할 수 있는 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10년 후를 내다보며 대구가 이름 그대로 ‘세상의 큰 언덕(大邱)’이 되도록 쉬지 않고 나아가겠다. 눈앞의 작은 성과에 머물고 만족하면 대구의 질적 도약은 이룰 수 없다. 대구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으라는 시민의 명령이 결실을 보도록 대담하고 도전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이를 실현하고 싶다. 대구시민의 선택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권영진 대구시장 인터뷰는 1일 오전 8시에 시작하는 채널A ‘김현욱의 굿모닝’에서도 방송됩니다. 다음은 최문순 강원도지사입니다.
:: 권영진 대구시장 ::
경북 안동 산골에서 3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안동에서 초·중학교를 마치고 대구 청구고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1997년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통일정책실에서 분권과 통일을 연구했다. 1999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정책결정과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2008년 18대 총선 서울 노원을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변화와 혁신을 내세워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대구의 국가물산업단지 조성을 계기로 한국상하수도협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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