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정권 출범 후 첫 세법 개정에서 ‘부자 증세’를 단행했다. 10만 명의 고소득층 및 120여 개의 대기업 법인으로부터 6조 원을 더 걷기로 했다. 그 대신 280만 명에 이르는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 1조 원의 감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연간 과세표준 3억∼5억 원인 고소득층의 세율을 38%에서 40%로, 5억 원 초과자는 40%에서 42%로 각각 2%포인트씩 올렸다. 이에 따라 대기업·금융회사 임원, 전문직 종사자 등 9만3000명의 고소득자가 1조8000억 원의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됐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2000억 원 이상’의 구간을 새로 만들어 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렸다. 법인세율이 오른 것은 1991년 이후 26년 만이다. 이 구간에 해당하는 기업은 지난해 기준 129곳으로 세수 효과는 연간 2조5500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렇게 늘린 세금을 서민 지원과 일자리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다. 근로·자녀장려금 확대(1400억 원), 고용증대세제 신설(3800억 원) 등을 통해 8200억 원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지원에 쓰인다. 당국은 278만 명의 서민·중산층과 1만400개 기업에 세제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로소득자의 절반에 이르는 면세(免稅)자를 줄이지 않은 채 소수의 초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핀셋 증세’만 한 것은 재정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편 가르기만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당장 법인세 인상 등에 반대하고 나서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정부가 일단 증세를 선택한 상황이라 고소득층의 세금 인상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법인세 인상은 장기적인 기업 투자환경 악화를 초래하는 만큼 더 신중히 결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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