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략 혼선 속 美서 고개 드는 ‘北-美 직접 대화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北 ICBM 2차 도발 이후]헷갈리는 美의 시그널


파면 여부를 둘러싼 정쟁과 내부 권력투쟁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조종간을 놓은 사이 미국에서는 ‘극한의 대화’와 ‘극한의 무력대응’을 오가는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대북 해법이 판을 치고 있다. 공통적인 것은 어느 쪽이나 행동 계획이 모호한 ‘나토(NATO·No Action Talking Only·말만 많고 실천은 없는)’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인용하며 북한과 전쟁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은 미국 공화당의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다. 그는 1일(현지 시간) NBC방송에 출연해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과 북한 자체를 괴멸시키는 군사적 옵션이 있다”며 “북한이 계속한다면 군사적 옵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적이나 외교적으로 북한을 막을 수 있으며 이 중 외교적 수단을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트럼프가 언제 어디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같은 방송에서 올해 4월 똑같은 내용을 자기 의견으로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발언에 힘을 싣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반대편에 선 뉴욕타임스는 같은 날 ‘북한에 대한 엄포는 그만두라’는 사설에서 “북한을 단념시키기 위해 중국에 책임을 씌우는 접근법은 실패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엄포를 그만두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상응하는 고위급 특사를 평양에 보내 협상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과 한국이 군사 훈련을 자제하면 그 대가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는 제안을 중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의 일부 전문가가 지지하고 있다”며 “다만 약화된 국무부와 내홍을 겪고 있는 백악관이 이런 아이디어를 택해 일관된 협상전략을 만들어 갈 상황에 있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틸러슨 장관이 같은 날 워싱턴 국무부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리를 향해 수용할 수 없는 위협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어느 시점에 북한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은 이 같은 진영의 주장을 수용한 측면이 크다. 비록 여러 차례 반복된 국무부와 틸러슨 장관의 공식적인 견해를 반복한 것이지만 북한의 ‘화성-14형’ 2차 발사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는 의미가 크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실행하기 전까지 옵션이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기존 백악관 ‘언론지침’(프레스 가이드)을 되풀이했다. 대화와 압박을 모두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의 ‘극한의 압박과 대화’ 정책을 되풀이하면서 “동맹국과 협력할 것이고,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도발을 그만두길 원하면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공화)이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우주 기반 미사일방어체계(MD)를 통한 북한 미사일 무력화,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 동결, 북한 인권문제 압박과 노동당 엘리트 대상 선무 공작 등을 통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압박을 강조한 미국 내 ‘온건 보수’를 대변한 것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위은지 기자
#대북#미국#북한#트럼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