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총수로는 처음으로 경찰청을 방문하고 여야 지도자들을 만나는 등 지난달 25일 취임 이후 연일 파격행보를 이어온 문무일 검찰총장(사진)이 검찰개혁 요구에 대응 카드로 꺼내 든 것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설치였다. 검찰의 기소권과 영장청구권 독점을 깨뜨려야 한다는 정치권 등의 요구가 많은 상황에서, 검찰권 행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로부터 통제를 받겠다고 선수를 치고 나선 것이다.
문 총장은 8일 대검찰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수사심의위 도입은 “수사의 적정성을 심리하는 곳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은 각각 법원의 재판과 재정신청이라는 절차를 통해 옳고 그름을 따져볼 수 있다. 하지만 수사 과정이 적정했는지는 별도의 판단 절차가 없어 검찰에 대한 다양한 오해와 불신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검찰이 불신을 받는 내용을 보면 ‘왜 그 수사를 했느냐’ ‘수사 착수 동기가 뭐냐’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 수사다’ ‘수사가 너무 지체된다’는 문제 제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부분도 (수사심의위로부터) 점검받고 (필요하다면) 사후적으로 수사하도록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수사가 끝난 사건은 물론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도 수사심의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 결론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수사심의위는 기존에 각 검찰청이 운영 중인 검찰시민위원회의 단점을 보완한 제도다. 검찰시민위는 검찰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사건 등에서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결정을 할 때 의견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검찰시민위에 어떤 사건을 회부할지를 검찰 스스로 정하는 까닭에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은 논의 대상에 오른 적이 없다. 반면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을 심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실질적 검찰권 통제 기구가 될 수 있다. 또 일반 시민들로 꾸려진 검찰시민위와 달리 수사심의위는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갖춘 법학교수 등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다. ‘여론’이 아닌 ‘법률’의 관점에서 수사 과정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문 총장은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밝힌 대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자제하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문 총장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특별수사에 대해서는 수사 총량을 줄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직속 수사기구인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도 단장을 검사장 급에서 차장검사 급으로 격하하고, 부장검사인 팀장도 기존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문 총장은 “대검에 직접 수사 기능을 두고 많은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검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정식 직제가 아니므로 유연한 조직을 유지하다가 일이 생기면 (수사를)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검찰 수사관이 외근을 하며 범죄정보 수집 및 분석업무를 담당해온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도 활동 방식과 역할을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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