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론]“美행태 지켜볼것” 발언 속셈은
ICBM 발사때와 달리 계획 공개… ‘추가도발 위한 명분쌓기’ 분석도
지난달 대륙간도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한 이후 한반도 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5일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도발 수위를 조금 낮췄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압박에 김 위원장이 꼬리를 내린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협상 기류가 형성되자 북-미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요구하고 나선 점에 비춰보면 대화 결렬 시 추가 도발을 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김정은이 두문불출하며 기습 발사한 ICBM급 화성-14형 도발 때와 달리 이번 괌 타격에선 ‘타격검토’ ‘상세계획’ ‘최종보고’를 순서대로 착착 공개하고 있다. 이는 괌 위협을 지렛대로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읽힌다. 이런 기류는 김정은의 발언 수위에서도 감지된다. 김정은은 지난달 28일 화성-14형 2차 발사 성공 후 미국을 향해 “희떠운 전쟁나발” “구린내 나는 상통을 들이밀고 핵 방망이를 휘두르며 얼빠진 장난질을 해댄다면” 등의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번에 괌 타격 최종보고를 받은 뒤에는 “미국에 한마디 충고하건대 과연 지금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지 명석한 두뇌로 득실 관계를 잘 따져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에 강경 발언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할 것을 ‘역제안’하기도 했다.
‘화염과 분노’ 표현 등 초강경 대북 비난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나만큼 평화 해법을 선호하는 사람이 없다”며 유화 메시지를 보냈고, 미 외교안보 수장들까지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북한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유엔 결의에 따라 15일부터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도 북한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체제 유지를 위한 핵과 미사일 기술의 완전한 확보를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일련의 압박과 유화 제스처들은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시간 벌기용 꼼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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