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중국 전문가인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사진)는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소장 한기흥)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2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 강좌에서 한중 관계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발전했던 한중 관계가 이제 조정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한중 외교 정상화를 위해서는 “차이를 인정하는 게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차이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동반자 관계를 추구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다른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면서도 자기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음) 외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최근 한중의 전략적 공감대가 약화된 배경을 두 가지에서 찾았다. 우선 “두 나라는 지리적 인접성에 경제적 상호보완성을 토대로 급속도로 가까워졌지만 중국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등장하면서 중-미는 물론이고 한중까지 불안정한 조정기로 접어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면서 한미중의 전략적 협력이 한계에 봉착한 것 역시 한중 갈등을 초래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선 이른바 ‘복덕방 외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단순한 줄타기 외교를 넘어선 본격적인 중개 외교를 통해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 다만 서 교수는 “복덕방 외교가 통하려면 ‘신용’이 필수”라며 “문재인 정부는 사드 문제 등과 관련해 미중에 결코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서 교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게 하려면 우리 정부가 ‘3단계 옵션’을 보유해야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1단계는 사드 이상의 방어 요격 체계의 강화, 2단계는 전술핵 재배치, 3단계는 핵무장”이라며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책임자 역할을 못할 때마다 우리는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 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중국의 압박에도 북한이 끝까지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시 주석이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은 이미 북한을 버린 경험이 있다”며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북한 포기론 등의 주장이 중국 학계에선 이미 상당히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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