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23일 “양승태 현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의지를 가진 인사의) 싹을 자르고 씨를 말렸다”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지금 법원의 분위기는 대체로 양승태 현 대법원장의 적폐세력에 부역하거나, (이러한 분위기에) 최소한 침묵했던 사람이 대부분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에 대해 ‘지록위마의 판결’이라고 비판한 김동진 부장판사가 정직 3개월을 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내부 언로를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라며 지적했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기간(6년) 중 징계권 남용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니까 판사들이 ‘양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반기를 들었다가는 나도 저 꼴을 당하겠구나’라고 학습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에 부역하는 인사가 사법부를 장악했다는 주장.
그는 이 같은 사법부 내 분위기에서 이번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은 불가피한 인사였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판사는 “현재 사법부와 국민 전체가 여망하고 있는 것은 사법개혁”이라며 “결국 사법개혁을 할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지금 사법부 수뇌부도 그렇고 그 수뇌부들에 의해서 (양승태 적폐세력에) 길들여진 판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인재풀이 협소해져 버렸다”며 “(사법부 내 적폐 분위기에) 침묵한 사람들 중 사법개혁 의지가 있는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그동안 목소리를 내고, 어떤 행동을 해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믿고 (대법원장을) 맡길 수 있겠냐”라고 전했다.
또한 “대법원장의 법적 자격요건과 사법부의 리더로서 조직을 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 이 두 가지 요건에 딱 맞아 떨어지는 분이 전수안 대법관과 박시환 전 대법관이지만, 이 두 분이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자리를) 고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가 보수진영의 이념프레임 때문”이라며 “지금 김명수 후보자가 지명되자 바로 보수진영에서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얘기를 하면서 이런 이념 공작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도 (이념프레임에) 계속 시달렸을 것”이라며 고사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자격 요건을 갖춘) 두 분은 고사를 했고, 나머지 인사들은 사법개혁 의지가 의심스럽고 하니 결국 대법관도 지내지 않았으며 기수도 15기인 김명수 후보자까지 왔던 것”이라며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기수파괴·서열파괴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김명수 후보자를 사법부의 존재 이유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친화력을 갖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크게 알려진 판결을 하셨던 유명한 분은 아니다”라면서도 “사법개혁 시 내부반발을 누그러뜨리고 다독일 수 있는 원만함과 친화력을 갖춘 분이면서도 대법원의 (적폐) 행태에 직설할 수 있는 단호한 면모도 가지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사법부는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보장해야 조직으로, 국민을 위한 사법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분”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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