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박성진 ‘창조과학’ 논란, 인류 집단지성 부정” 강경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8월 30일 13시 41분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의 한국창조과학회 활동 이력이 알려지면서 ‘창조과학’ 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성진 후보자가 한 때 몸담았던 한국창조과학회는 1981년 설립된 기독교 창조과학 확산 단체로, 창조과학은 성서의 창조론을 과학에 근거한 사실로 보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신앙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창조신앙의 회복을 종교적 사명으로 삼고, 이 시대의 복음 전파의 커다란 장애물인 진화론의 과학적 허구성을 밝히고 창조의 과학적 증거들을 드러냄으로써 창조의 신앙을 회복하게 하는 일은 복음을 전하는 선교 사역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창조과학회의 이사로 활동했던 박 후보자는 과거 학술대회에서 “오늘 날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되었다”며 “이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 논란은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임명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의 데자뷔를 보는듯하다.

지난 7월 4월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당시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진화론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보류하며 모호한 태도를 보여 논란을 빚었다.

현대 과학의 근간이라 여겨지는 진화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창조과학론자들의 대표적인 주장이다.

또한 유영민 장관은 창조과학론자로 분류되는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장과 2014년 발간된 <상상, 현실이 되다>의 공동 저서로, 유 장관 역시 창조과학론을 신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유 장관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진화론에 동의하며, 창조과학은 반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창조과학론자가 아님을 해명했다. 이후 그는 정부의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직에 임명됐다.

28일 박성진 후보자는 한국창조과학회 활동 이력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사직을 전격 사퇴한 뒤 “저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자로 창조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창조신앙을 믿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창조과학회 활동과 관련 “개인적인 창조과학 연구 활동은 없었으며 과학적인 방법론에 입각한 진화론을 존중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또한 이번 인사 논란에 대해 “종교 영역은 인사검증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박 후보자가) 과학이나 교육 관련 정책을 다루는 장관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중소기업벤처부 업무와 창조과학은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유 장관과 박 후보자는 모두 검증 과정에서 ‘창조과학‘이라는 같은 이유로 논란이 된 인사다.

그러나 종교로서 창조과학을 인정해야 하며 과학·기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부처의 공직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식의 설명에 과학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대익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훌륭한 대학의 교수라도 그가 창조과학회 이사를 하며 ‘진화론의 노예’ 운운하는 사람이라면 동료 교수라 하더라도 대화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인류가 쌓아온 집단적 지성을 무시하는 이들이니까요“라고 말했다.

또한 “창조과학과 같은 반지성적 세계관을 신봉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버젓이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은 지성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런 과학계 인사가 포진해있는 정부라면, ‘창조과학자 옹호자를 쓰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해명하는 정부라면, 더 이상 존경할 수 없습니다. 대체 이 정부는 언제부터 MB보다 더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나요?”라며 비판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도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선택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과학적 성취를 부정하는 ‘반과학적인 태도를 지녔다’는 뜻”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나는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을 매우 위험한 학자들이라 여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성진 후보자는 창조과학론 이외에도 자녀 이중국적·독재 미화에 관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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