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에 맞서 공포의 균형 필요” 전술핵 재배치論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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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核 폭주 6차 핵실험]“특단대책 세워야” 목소리

軍, 대북경계태세 강화… 장갑차 긴급 이동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일 오후 남북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에서 국군의 장갑차들이 이동하고 있다. 합참은 이날 인공지진 감지 직후 전군의 대북 감시·경계태세를 격상해 북한의 도발에 
대비했다. 파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軍, 대북경계태세 강화… 장갑차 긴급 이동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일 오후 남북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에서 국군의 장갑차들이 이동하고 있다. 합참은 이날 인공지진 감지 직후 전군의 대북 감시·경계태세를 격상해 북한의 도발에 대비했다. 파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에 나선 지 1년도 채 안 돼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남북 간 비대칭 전력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발판으로 명실상부하게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고 하는 만큼 우리도 힘을 통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 다시 불거지는 전술핵 재배치론

북한이 핵미사일을 대거 전력화하면 남한이 보유한 재래식 무기의 대북 억제력은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권영세 전 주중 대사는 “미국은 유사시 미군의 자동 개입 및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미 본토까지 겨냥한 핵미사일을 다량 보유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이 실제 군사적 개입에 나서야 하는 순간 자국민에 대한 북한의 핵 도발을 고려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 핵무장이나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략핵은 폭발 위력이 Mt(메가톤·1Mt은 TNT 100만 t의 폭발력)급인 수소폭탄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실은 핵탄두인 반면 전술핵은 미사일은 물론 핵배낭이나 핵대포 핵지뢰 등 다양한 형태로 보유할 수 있다. 미국은 전략폭격기와 전투기용 B-61, B-83 핵폭탄 등 핵탄두 500여 기를 전술핵으로 운용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전술핵 재배치를 할 경우 B-61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B-61은 최대 위력 34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으로 목표물 반경 100여 m 안에 정밀투하가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설사 전술핵 재배치에 나선다고 해도 주변국의 반대에 당장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핵을 들이는 건 일본 등 주변국들이 잇달아 핵을 보유하겠다는 ‘역내 핵 도미노’ 현상을 부를 수 있어 중국 러시아 등까지 강한 거부 반응을 보여 왔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북한 5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불거지자 백악관이 직접 나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해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전술핵 배치를 철회하는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론’이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독일 등 5개 동맹국에 전술 핵탄두를 배치해 유사시 5개국 전투기에 탑재하는 ‘나토식 핵 공유 전략’을 한국에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 전략무기 상시 순환 배치가 현실적 대안?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전술핵 재배치 등 독자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상시 순환 배치해 대북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최근 방미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만나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배치를 논의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아이디어의 연장선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에 나서는 순간 한국은 어마어마한 외교·정치적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 뻔히 아는 전술핵을 다시 들이는 것은 북핵 대응 효과가 별로 없다”며 “오히려 배치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남남갈등’만 부를 것”이라면서 억제 효과 자체를 일축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도 지역 간, 정치권 간에 첨예한 갈등을 일으켰는데 전술핵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탑재 ICBM의 최종 완성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전술핵 재배치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우리 정부가 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대북 레버리지(지렛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현재 논의되는 대북 억제 방안으로 김정은의 핵 무장을 막을 수 없다면 억제력 강화 차원에서라도 전술핵 반입을 적극 검토해 중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인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우리가 핵 보유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중국은 역내 핵 도미노 현상을 가장 우려해 대북 원유 공급 제한 등 강한 제재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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