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3일 끝내 6차 핵실험이라는 도발을 감행하자 청와대는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청와대는 “최고의 강한 응징 방안 강구”를 강조했지만 정부가 독자적으로 꺼내들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 마땅한 카드 없는 靑, “레드라인은 아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마친 직후인 이날 오후 1시 반,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 “실로 어처구니없는 전략적 실수” 등의 수위 높은 표현을 써 가며 북한을 규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이날만 두 차례 전화 통화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두 합참의장과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전화 통화를 통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미 군사적 대응 방안을 준비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문제는 최악의 외교·안보 위기 상황에서 꺼내들 뚜렷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미군의 대표적 전략 자산인 B-1B 전략폭격기 등은 7, 8월에 잇따라 한반도에 출격했지만 별다른 대북 억제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7월 문 대통령이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후속 대책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청와대가 이날 6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레드라인(금지선)’에 대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남아 있다”며 유보적으로 나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레드라인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결합이라고 (문 대통령이) 말했는데 ‘완성 단계의 진입을 위해서’라는 북한의 표현은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향해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4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적어도 상당 기간 동안 대화는 불가능해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취임 전부터 6차 핵실험을 대북 정책의 터닝포인트로 규정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내가 말해왔지만 한국은 대북 유화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을 은근히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는 이날 밤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양국은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한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또다시 이 땅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동맹국들과 함께 평화를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고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답답함도 감지됐다. 한 관계자는 “핵실험으로 북한이 모든 것을 걷어차 버렸다”며 “현재로서는 새로운 대북 해법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는 “이제 북-미 직접 대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북-미 양자 대화는 김정은이 원하는 방향이자, 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 중국의 압박에 내심 기대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중국의 움직임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중국의 레드라인이기 때문에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하게 비판한 중국을 설득해 강력한 대북 압박카드인 원유 공급 중단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복안이다. 2003년 중국이 송유관 청소를 이유로 북한에 원유 공급을 중단하자 북한은 북-미-중 3자회담에 참여했고, 이는 6자회담으로 이어진 과거의 경험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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