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던 김정은이 6차 핵실험을 계기로 확실한 공세 전환을 선언했다. 특히 최근 사흘에 한 번꼴로 도발을 이어가며 ‘도발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 9일 동안 세 차례 대형 도발
괌 타격 위협을 높이던 김정은이 지난달 14일 “미국의 행태를 더 지켜보겠다”고 숨고르기에 나섰을 때만 해도 낙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틀째인 지난달 22일 “김정은이 미국을 존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달 26일 강원도 깃대령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데 이어 사흘 만인 29일 평양시 순안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했다. 특히 화성-12형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지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발사된 북한 미사일 가운데 최고 비행거리(약 2700km)를 기록했다. 북은 이후 닷새 만인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9일 동안 단거리,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단행한 것이다.
북이 다시 공세의 고삐를 죈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서두르는 것은 물론 지난달 종료된 UFG 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미국은 올해 UFG 연습 규모를 축소했다고 발표했지만 북한은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 북태평양 겨냥한 추가 도발 나설 수도
특히 북한은 핵실험 당일에도 ‘도발 속도전’에 나섰다. 북한은 3일 오전 6시 43분 김정은의 핵무기연구소 현지 지도를 전하며 “ICBM에 장착할 더 높은 단계의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이날 오전 김정은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회의에서 핵실험을 결정하고 낮 12시 29분 핵실험을 단행했다. ‘수소탄 개발 발표→김정은 핵실험 결정→핵실험 단행’이 채 6시간도 안돼 진행된 것.
북한의 빠른 도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달리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압박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장은 “핵실험 후 미국의 군사적 압박 가능성이 더 높아진 만큼 북한은 대응 차원에서라도 한동안 무력시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6차 핵실험 후에도 ICBM 등을 정상 각도로 북태평양에 발사하는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이어 “정권 수립 기념일인 9월 9일 또는 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전후해 긴장 정세를 조성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할 것”이라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과 화성-12형(IRBM), 화성-14형(ICBM) 등을 추가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풍계리 3번 갱도나 최근 완공 단계에 다다른 4번 갱도 등이 준비됐기 때문에 언제든지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3일 실시된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 갱도에서 실시됐으며 갱도가 함몰됐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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