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를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사이 러시아가 북한을 감싸 안고 있다. 중국의 공백을 틈 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국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공들여 준비한 국제회의 개막일에 북한의 도발에 뒤통수를 맞은 중국은 당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그동안 대화를 강조해온 중국의 체면에 흠집이 났고 북핵 문제에 있어서 ‘중국 책임론’이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와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을 타깃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미국의 대북제재 동참 압박으로 중국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러시아와 북한의 교역액은 6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9% 늘었다. 특히 교역액의 80% 이상이 유연탄(3600만 달러), 갈탄(1100만 달러) 등 러시아의 대북 에너지 수출로 북한의 산업 동력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러시아는 외교적 해법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5일 기자회견에서 “정권 안전 보장받지 못한다면 북한은 풀뿌리를 뜯어먹을지언정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대북 제재는 이미 한계선에 도달했으며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며 “군사적 히스테리를 강화하는 것은 막다른 길로 가는 지름길이며 국제적 재앙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푸틴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군사적 옵션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그는 미국 의회가 최근 북한, 이란과 함께 러시아를 제재 명단에 올리고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UN) 안보리 차원의 ‘최대의 압박’에도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11일 표결하자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노동자 송출 금지 등 강력한 대북 제재안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러시아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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