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강유미 씨(34·여)가 지난달 29일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영상물의 제목이다. 자신이 직접 구입한 방독면과 전투식량 구급용품 등을 이용해 비상시 사용할 생존배낭을 만드는 장면이다. 강 씨는 직접 방독면을 쓰고 전투식량을 먹어보며 생생한 느낌을 전했다. 강 씨의 영상은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찾아보는 누리꾼이 늘면서 6일 오후 현재 조회 수 37만 건을 넘었다.
유튜브에는 생존배낭 준비를 소재로 한 영상이 4700여 개에 이른다. 1년 전 경북 경주시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크게 늘었는데 최근 북핵 위기 고조로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 자비(自費)로 생존배낭을 만들고 구성 품목을 직접 체험하는 내용이다. 10만 원, 20만 원 등 총액에 따른 물건 선택 방법, 유명한 저가형 생활용품 매장에서 고른 물건만으로 꾸리는 방법 등 차별화를 시도한 영상도 눈에 띈다. 누리꾼들은 “전쟁가방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도 “여러 재해 재난 때 유용할 것 같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도발이 폭주 양상으로 치닫자 비상시 대응 요령을 직접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 일시적으로 나타난 사재기 같은 혼란은 없다. 그 대신 각자의 일상에서 정보를 확인하며 차분하게 준비하는 분위기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통계서비스 ‘트렌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핵실험 전후 ‘생존배낭’ 검색량이 급증했다. 생존배낭을 키워드로 한 검색은 8월 중순 늘었다가 잠시 주춤했으나 본보가 준비방법을 자세히 보도하고(2일자 10면 참조) 다음 날 핵실험이 일어나면서 급증했다. 지난달 14일 북한의 ‘괌 포위사격’ 발언 때보다 3배가량 많았다. ‘방독면’ ‘비상식량’ 단어 검색도 비슷한 추세였다.
이 기간 실제 생존배낭 품목 판매도 급증했다. 6일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2일부터 5일까지 방독면, 전투식량 등 재난 대비용 물품의 판매량이 전주 같은 기간보다 급격히 늘었다. 특히 햄 통조림 85%, 전투식량 77% 등 비상용 식품 판매가 눈에 띄었다. 특히 통신망 단절과 접속 등에 대비한 휴대용 라디오 판매가 46%나 증가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 서아진 씨(40·서울 서초구)는 “생존배낭 챙기는 방법이나 유사시 대처요령 등이 정리된 글을 보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인들과 공유하고 있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트에 가서 주요 생필품은 미리 사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비상시 생존요령을 익힐 수 있는 글을 틈나는 대로 인터넷에서 찾아본다.
일본 도쿄(東京)도가 2015년 펴낸 재난 대비 안내책자 ‘도쿄방재’의 파일은 블로그나 카페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 최근 미국 허리케인 ‘하비’처럼 주변국에서 벌어졌던 각종 재난 경험도 학습 대상이다. 언론보도뿐 아니라 SNS 등에 올라온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비상상황을 간접 경험하는 것이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이재민들이 두절된 통신망 대신 재난정보를 접했던 휴대용 방송 ‘원세그’ 경험담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경주지진 때 통신망이 마비되면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라디오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자 스마트폰에 라디오 수신 기능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별도의 휴대용 라디오를 쓸 수 있지만 비상시 번거로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정부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사와 합의해 내년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FM 라디오 수신 기능을 탑재하기로 했다.
김영근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장은 “재난을 대비할 때는 평상시의 경험에 의존하지 말고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며 “국가의 도움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직접 위험에 대응하는 ‘현장의 힘’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안전에 책임을 지기 위해 미리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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