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통일된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이후 첫 정상 외교인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북핵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양국 간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푸틴 대통령은 대북 원유 수출을 중단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아닌 외교적 해법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천명한 한국, 미국, 일본과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중국, 러시아 사이의 외교전이 한층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 푸틴, “제재와 압박으로 해결 안 돼” 고수
6일 제3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60분에 걸친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동언론발표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결코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역으로 제안했다. 이는 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체제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 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핵 해법을 되풀이한 것이다.
반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제재와 압박 기조로 돌아선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대북 압박 카드로 꼽히는 원유 공급 중단에 대해 민간 피해를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북한 외화벌이의 한 축인 해외 노동자 수출 금지 문제는 이날 대화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 靑, “이제부터가 시작”
이런 푸틴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양 정상이 각자의 생각을 충분히 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4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5일 기자회견에서 일관되게 대북 제재와 압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4일 전화 통화에 이어 또 한 번 원유 공급 중단을 강조한 것은 ‘차원이 다른 압박’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푸틴과의 회동 한 번에 모든 것이 성사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대북 대책의 온도차에는 중국, 러시아와 미국의 불편한 관계 등이 깔려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했던 러시아가 이날 회동에서 사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대북 제재 동참의 가능성을 높이는 징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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