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4당인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사퇴했다. 금품수수 의혹으로 당내 안팎에서 사퇴 요구를 받아온 지 7일 만이고, 올해 6월 26일 대표로 선출된 지 74일 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보와 민생의 심각한 이중 위기 국면에서 야당의 대표로 막중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했던 저의 불찰로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퇴했다. 그는 또 “거짓 주장을 막기 위해서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제기된 주장은 누명이지만 검찰에서 떳떳하게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공연기획사 P사 회장 A 씨(65·여)에게서 금품 6000만 원을 수수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 안팎의 관심은 차기 당권을 누가 쥘지에 모이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는 의원들이 당의 노선에 대해 △새로운 보수정당의 독자 생존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통합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통한 제3지대 확장 등 3갈래로 나뉘어 있다. ‘독자 생존파’인 이 대표의 낙마로 당이 기존과는 다른 진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뿐만 아니라 제3의 길은 곧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대로 이어질 수 있어 ‘이혜훈발 정계 개편’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로서는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유승민의 구원 등판’ 요구가 우세하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비대위원장 의향을 묻자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당 의총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평소와 달리 여지를 남겨둔 것 자체가 합의 추대라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유 의원도 비대위원장직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헌상 당원 대표자회의에서 비대위원장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미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제1, 2야당 대표를 맡고 있는 것도 구도상 나쁘지 않다.
당내 최대 주주인 6선의 김무성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의원은 “그럴 뜻이 없다”며 고사하지만 바른정당은 물론이고 한국당에서도 그가 당을 이끌면 보수 통합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최근 보수 야당의 초당적 연구모임인 ‘열린토론, 미래’를 출범시킨 뒤 매주 토론회를 갖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이 대표와 함께 점심을 하며, 이 대표를 위로한 뒤 당 화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뒤에서 (당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김세연 정책위의장과 김용태 의원 등이 당의 새 얼굴이 돼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아직은 소수다. 차기를 놓고 대립하다 1명이라도 탈당한다면 교섭단체 저지선(20명)이 무너지는 탓에 주호영 원내대표 임시 대행체제가 차선이라는 대안론도 현 지도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단합된 지도체제 숙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당분간 이탈자가 없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유승민 김무성 의원이 서로 도와주지 않으면 당이 찢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의원 5명씩 모두 10명의 현역 의원이 ‘국민통합포럼’(가칭)이라는 조직을 내주 공동 출범하기로 합의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 등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명분보다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이나 선거연대로 이어질지에 눈길이 더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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