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박 수색 거부땐 발포도 가능… ‘김정은 고립 방안’ 총망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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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안 초안 공개]中-러 어디까지 동의할지가 변수

유엔 미국대표부가 전격적으로 공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새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키는 내용이 모두 망라됐다. 이대로 통과될 경우 북한은 심각한 정치 및 경제적 피해를 입어 몇 년을 버티기 힘들게 된다. 하지만 결의안 통과에 키를 쥐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전면 실시에는 반대할 것이 분명해 미국과의 타협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초안에는 원유와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정제 석유제품 등을 포함한 전면적인 석유 공급 중단 카드가 포함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실질적으로 제재하기 위해 요구한 것이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원안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은 원유와 석유를 전적으로 이 두 나라에 의존한다. 만약 전면적인 석유 금수조치가 내려지면 비축유 등을 감안해도 몇 달 안에 모든 차량 운행이 중단되는 등 북한 내부에 큰 혼란이 초래된다. 중국은 북한이 붕괴할 경우 동북아 안정이 깨져 중국 공산당 일당 통치도 큰 타격을 입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공급을 차단하는 석유의 종류를 일부로 한정하거나 공급량 쿼터를 정하는 등 낮은 단계의 부분적인 중단 조치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 통화 이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해외 노동자 송출 중단도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항목이다. 현재 이들 국가에는 최소 7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철수할 경우 양국의 많은 기업이 큰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노동자의 비자 신규 발급 중단 등을 통해 인원을 줄여가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상황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조항은 안보리 제재를 위반했다고 규정한 화물용 선박을 상대로 회원국들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운항을 금지하고 수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유엔 헌장 42조의 ‘군사적 제재’까지는 아니지만 41조의 ‘비군사적 제재’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준의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북한 국적의 상선이 수색을 거부하는 경우 발포까지 허용하게 한 것으로 해석돼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이 받아들이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니다. 어차피 중국이 발포까지 하면서 북한 선박을 향해 강경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이번 결의안이 통과돼 한국이나 일본이 북한 선박을 침몰시키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어 중국이 선뜻 찬성하기도 어려운 항목이다.

북한 노동당, 내각, 인민군, 고려항공 등 7개 기관에 대한 제재도 마찬가지다. 리스트에 오른 북한의 7개 기관은 이미 수차례의 유엔 제재로 크게 위축돼 대외활동을 공공연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고려항공이 폐쇄되는 경우 중요한 대북 지렛대 하나를 잃을 것으로 우려할 수 있지만 전면적인 석유 공급 금지 카드 등을 막기 위한 대안은 된다.

김정은 및 고위 인사 4명의 해외여행 금지 및 자산 동결 조치는 상징적인 조항에 가까워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 이후 한 번도 해외에 나가지 않았고 30억∼40억 달러로 추산되는 재산을 해외 은행 등에 은닉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에게 큰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석탄과 수산물 수입 금지에 찬성한 중국은 북한의 섬유 및 의류 수출 금지에도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자국 시장 보호 차원에서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다. 외국산 석탄의 나진항 경유 예외조항 폐지도 비슷한 맥락이다.

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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