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술핵 재배치? 美 본토 제외하고 남북 끼리 싸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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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11일 09시 42분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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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년간 금기시돼 오던 ‘남한 전술핵 배치’라는 말이 미국 백악관에서 다시 흘러나오는 상황에 대해 “자기 본토를 제외시키고 대한민국에서 남북한 간에 서로 싸우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인 송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일단 우리 정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도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의 협상전략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한다”면서도 “ ICBM은 미국 본토와 북한 간의 문제 아니겠나? 전술핵을 갖다 놓으면 자기 본토를 제외시키고 대한민국에서 남북한 간에 서로 싸우라는 것 아니겠냐? 훨씬 더 위험해지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전술핵은 실제로 우리 북핵문제의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확장 억제력으로 북한의 ICBM이 30분이면 도달하고 괌에서는 15분이면 도달하면 거리에 있다. B-1B 전략폭격기가 출격하게 되면 2시간 이내에 다 도달하고 있어서 어떠한 핵에 대한 억제전략은 이미 충분히 존재하는데 그 15분을 아끼기 위해서 전술핵을 한국에 배치하면 수많은 관리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사실상 핵을 사용하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전술핵 재배치는)우리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스스로 포기하고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꼴이 된다. 현재 북은 ICBM을 개발하고 있는데 아직 전술핵은 북에 없다. ICBM은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륙간 탄도탄, 즉 미국을 상대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전술핵 개발을 촉진시킴으로써 우리 대한민국을 더 위험하게 빠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술핵이라는 것은 20킬로톤 이하로 상당히 사용할 유혹이 큰 무기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모두 다 감정조절이 잘 안 되고 즉흥적인 그러한 경향이 있는 지도자끼리 통제하지 못하는 말폭탄 속에서 만약 핵 선제공격이 발생한다면 우리 민족은 멸망이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키로 한데 대해 “자유한국당은 입만 열면 코리아패싱을 말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 그런데 이렇게 전시작전권도 돌려받지 않겠다고 하고 대한민국 정부에 건의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한테 건의하는 것. 이거야말로 코리아 패싱이나 통미 봉남, 북한의 수법과 동일한 태도다. 이런 사대적인 방법이 어디 있냐? 왜 이것을 트럼프 대통령한테 요청하나, 전술핵 배치해 달라고? 이게 대한민국의 무기냐? 대한민국이 통제할 수 있는 무기냐? 왜 이렇게 외국의 무기를 자기 주권적인 영토에 많이 갖다 놓으려고 노력하는지, 우리가 사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 대한민국 대통령과 우리 국민이 통제할 수 있는 무기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 맹렬히 비난했다.

송 의원은 “이 전술핵 가져오면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는 꼴이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개발했으니까 끝난 게 아니라 핵이라는 것은 여러 발전 단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중단시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제 개인의 입장이고 대통령 입장은 또 대통령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들어봐야겠지만, 현재까지 우리 정부 입장은 전술핵 배치 없다”고 덧붙였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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