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석유를 넣어 역대 최강 제재의 명분을 얻었고, 중국은 원유 공급 금지를 막아 체면을 차렸다.’
11일(현지 시간) 미국이 제시한 유엔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최종안에 대해 유엔 외교가에선 ‘패자를 만들지 않는 협상’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미중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막판 정치적 타협안을 내놨다는 분석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4일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해 “최고 강도의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며 원유 공급 차단을 밀어붙였다. 회의 막판엔 추가 발언을 요구해 ‘11일 표결’까지 못박았다. 헤일리 대사가 일주일 시한을 전격 제시한 건 미국 측 실무진도 몰랐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원유 공급 차단과 김정은 제재라는 초강경 제재가 담긴 결의안 초안을 공개하고 8일 저녁엔 미중 간의 합의인 ‘블루 텍스트’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리 표결을 요청하는 강수를 뒀다.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동시에 회원국이 표결을 준비할 시간을 준 것이다. 백악관과 국무부 등은 이와 함께 중국 은행과 기업을 상대로 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로, 국방부는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 검토 카드로 중국과 러시아를 밀어붙였다.
유엔 무대에서 두각을 보인 정치인 출신 헤일리 대사는 네오콘의 기대주로 떠오르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후임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번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원유 공급 차단까진 이르진 못했지만, 석유류를 처음으로 유엔 제재에 올려놓아 단계적 원유 공급 차단의 길을 텄다.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가 통과되면 중국과 러시아도 국제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 대북 제재를 외면했다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중국은 미국이 초안에서 요구한 원유 전면 차단과 김정은 제재라는 초강경 조치를 배제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은 나름대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측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진일보한 반응과 필요한 조치를 하는 데 찬성한다”며 “우리는 안보리 회원국이 충분히 협상한 기초 위에서 공동인식을 달성하고 대외적으로 단결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