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며 중국의 철저한 이행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 의회는 중국 은행 12곳의 명단을 행정부에 통보하며 강력한 독자 제재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안보리 결의에 대해 “궁극적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이며 앞으로 더 밀어붙여야 한다. 대통령은 (이번 제재가) 그 과정의 한 부분이며 작은 스텝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중국 은행 퇴출을 포함한 조치를 검토 중인가’라는 질문에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으며 이는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모든 국가가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더 크고 적극적인 역할을 맡길 희망한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중국 기업과 은행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유엔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우리가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마셜 빌링즐리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도 하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무역과 금융 거래를 줄이는 강력한 조치로 경제적 고통을 북한에 주지 않으면 (미국의) 단독 제재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은행들이) 더 제재를 회피하면 긴급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한파이자 대북 강경론자인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중국 금융기관 중 1위인 공상은행을 비롯해 농업은행, 건설은행, 초상은행, 단둥은행, 다롄은행, 교통은행, 진저우은행, 민생은행, 광둥발전은행, 하시아은행, 상하이푸둥은행 등 12곳의 제재 명단을 전달했다. 2005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제재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은 미국의 파상 공세에 대비해 먼저 매를 드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은 국적 세탁 방식을 통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물자 공급까지 차단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빌링즐리 차관보는 청문회에서 위성사진과 지도를 직접 보여주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한 북한 선박들의 석탄 밀수출에 연루돼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파나마 등 선적의 북한 선박이 중국 항구를 출발한 뒤 선박 추적 장치를 끄고 북한에서 석탄을 실은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 석탄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홍콩특별행정구정부 상무경제발전국은 홍콩에 등록된 선박 기업들이 북한의 불법행위에 연관됐는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FT는 “수백 대의 선박이 홍콩에 기반을 둔 회사에 관리되고 대부분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일부는 북한인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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