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여야 정치권에선 난데없이 전·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이름이 많이 거론됐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대법원장 공백 논쟁’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선례 찾기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 대한 입장문에서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공백”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보거나 청문보고서 채택마저 거부하고 있는 야당에 헌정 공백의 책임을 떠미는 고강도 압박인 것이다.
이와 보조를 맞춰 더불어민주당은 2011년 9월 손학규 당시 대표의 결단 사례를 홍보하고 나섰다.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를 반대하며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그러나 손 대표가 “정치에 대한 신뢰를 우리가 회복해야 한다”면서 ‘회군 결정’을 한 뒤 전임 대법원장 임기 만료 3일 전 임명동의안이 처리됐다. 물론 당시엔 ‘여대야소’ 구도로 여당인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도 가능한 상황이어서 지금과 차이가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여권이 주장하는 ‘공백론’은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는 태도다. 1993년 9월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뒤 최재호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은 적이 있었고 1986년엔 김용철 대법원장이 2차 사법파동으로 물러나면서 이정우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은 사례가 있다는 것. 한국당에 따르면 역대 대법원장 권한대행 사례는 모두 5차례 있었다.
이런 반박을 우려해서인지 임 실장이나 민주당 논평 등에는 ‘국회의 동의 절차 지연을 이유로 한 대법원장 공백’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신영철 전 대법관의 사례도 언급된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공백은 산적한 상고심 사건 지연을 초래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야당은 “2009년 ‘촛불사건 배당 문제’라는 정치 공세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발의한 당이 민주당이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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