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논란 시국사건 6건… 檢, 사상 처음 직권 재심청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태영호 납북사건 등 18명 구제나서

검찰이 반민주적, 반인권적 수사로 실체가 왜곡됐던 과거 시국 사건 6건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과거사 사건에서 피해자 대신 검찰이 직접 재심 청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권익환 검사장)는 17일 ‘태영호 납북사건’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던 박모 씨 등 6개 시국사건 관련자 18명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8일 과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한 후속 조치다.

재심 청구 대상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2006년 5월∼2010년 6월 재심 청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던 73건의 사건 가운데 일부다.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로 한 박 씨 등은 앞서 같은 사건으로 기소됐던 공동 피고인들이 재심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 가운데 선별한 사람들이다. ‘태영호 납북사건’(1968년)을 비롯해 △‘한국교원노조총연합회 사건’(1961년) △‘납북 귀환 어부 사건’(1963년)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1968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연계 간첩 사건’(1980년) △‘아람회 사건’(1981년) 관련자들이 재심 청구대상에 포함됐다.

태영호 납북사건은 1968년 연평도 근처에서 조업 도중 북한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태영호 선원들이 경찰에서 고문을 당한 끝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복역한 사건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으로 꼽히는 ‘아람회’ 사건도 포함됐다. 아람회 사건은 1981년 당시 현역 군인이던 김난수 대위의 딸 아람 양 백일잔치 참석자들이 반국가단체인 ‘아람회’를 결성했다고 공안당국이 발표한 사건이다.

박정희 정권 때 반국가단체 ‘남조선해방전략당’을 결성해 활동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던 피해자 4명도 재심 청구대상에 들어갔다. 이 밖에 1961년 한국교원노조총연합회가 ‘남북통일을 위한 학생회담’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사건에 연루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를 받았던 강모 씨 등 3명과, 1980년대 초반 총련에 포섭된 간첩을 도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박모 씨 등 2명도 재심 청구 대상이다.

대검은 ‘직권 재심 청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건 기록과 판결문,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재심 판결문 등을 검토해 왔다. 또 사건 당사자와 유족의 의견을 들어 재심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검찰은 법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면 과거 수사과정에서의 불법, 조작 실태와, 앞서 같은 사건 관련자에 대해 법원이 선고한 재심 판결을 감안해 무죄 구형 등을 할 방침이다. 대검은 이 밖에 ‘문인 간첩단 사건’ 등 다른 시국사건 6건의 관련자 11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은 과거사 사건 피해자 및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상소를 자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재심 당사자나 유족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선고되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상소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상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배석준 eulius@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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