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새정부 출범 넉달… 취업이 여전히 고달픈 그들
본보 4∼6월 심층보도 135명 추적, 취직 34명에 그쳐… 취업전쟁 허덕
“아직 못한 효도” “사이다는 언제쯤”… 문재인 정부 주력 일자리 정책에 실망
취업준비생 박소현 씨(25·숙명여대 중문학과 졸업)의 일과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된다. 경기 남양주 집 인근 카페에서 인·적성검사 문제를 풀고 자기소개서를 쓴다. 틈틈이 취업사이트 공고를 확인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간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박 씨를 처음 만난 3월 이후 그는 한 달에 10곳가량 입사원서를 넣었다. 2차 면접까지 올라가 손에 잡힐 듯한 취업은 늘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요즘엔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중국에서 일하고 싶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파문으로 중국어 전공자를 덜 뽑아서다. 그럼에도 박 씨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저에게 취업이란 여전히 ‘언젠가 올 버스’예요. 아직 안 왔을 뿐이죠.”
19일로 취임 133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1호 정책은 일자리였다. 이에 맞춰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대통령 집무실엔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13일 발표된 청년(15∼29세)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9.4%)를 기록했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2.5%에 달했다.
본보 취재팀은 청년실업 문제를 심층 분석한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기획시리즈를 4∼6월 보도하며 취재 과정에서 만난 박 씨 등 전국 47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 135명의 ‘그 이후’를 추적했다. 이들이 피부로 느끼는 취업 현실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서다.
4월 본보 취재 때 ‘취업이란 러시안룰렛’이라고 한 김태균 씨(28·서울대 국어국문학과)는 그나마 비좁은 취업문에 바싹 다가서 있었다. 최근 A사의 합숙평가와 임원 면접을 거쳐 최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취업이 언제 될지 몰라 ‘러시안룰렛’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방아쇠를 당겼다”며 “이제 나에게 취업은 ‘올인’”이라고 했다. ‘취업이란 효도’라고 한 한정진 씨(24·경일대 기계공학과)는 “현재 한 기업에서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며 “나에게 취업은 ‘아직도 못 한 효도’”라고 했다.
3∼5개월이 지난 현재 취업에 성공한 취준생은 34명(25.2%)이었다. 최악의 통계 수치보다도 현실은 더 암울했다. 106명(78.5%)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년 일자리 문제가 ‘나아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악화됐다’고 했다. 여전히 팍팍한 취업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은 정부와는 사뭇 다른 해법을 요구했다. 현 정부가 주력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이 청년실업 문제의 해답이라는 응답은 14.8%에 그쳤다. 그 대신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민간 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응답(41.5%)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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