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공수처’ 견제-통제장치 허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법무부 개혁위, 공수처 설치 권고안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18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권고안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 설립 방안으로 볼 수 있다. 개혁위가 청와대, 법무부 측과 직간접적으로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 공수처, ‘수사 이첩’ 사실상 강제

한인섭 개혁위 위원장(58·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공수처 설치 목적은 검찰의 ‘셀프 수사’를 차단하고 수사기관 간 경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권고안대로라면 공수처가 검찰의 머리 위에 올라앉는 이른바 ‘슈퍼 검찰’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가 검경과 수사 대상, 범위가 중복될 경우 검경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하는 ‘우선 수사권’을 갖도록 했다. 공수처 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때는 공수처장에게 통지해야 하며 공수처장은 사건을 넘겨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권고안은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이 강제처분을 행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수처장의 요구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수처의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과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은 그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권고안의 사건 이첩 규정엔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이 협의하는 조정 절차가 포함돼 있지 않다. 사실상 강제 조항인 것이다. 다만 권고안엔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은 고위공직자 범죄 등의 적정한 처리를 위하여 상호 협력해야 한다’라고만 돼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다른 수사기관이 공수처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옥상옥’이 되지 않으려면 ‘조정 기구 설치’ 등 구체적인 협의 절차가 반드시 법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무소불위’ 막을 통제 장치 없어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 검사 50명과 수사관 70명을 합해 최대 122명의 수사 인력을 보유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공동 대표로 발의한 공수처 법안이 최대 20명까지 검사를 두도록 한 것에 비하면 매머드급 기관이다.

따라서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 및 통제 장치가 필요한데 권고안엔 그런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다. 특히 이미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 있는 ‘기소법정주의’(충분한 혐의가 인정되고 소송 조건을 갖추면 무조건 공소를 제기해야 하는 규정)가 권고안엔 없는 게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공수처의 검사가 자의적 판단으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경이 수사하던 고위공직자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가 ‘봐주기 수사’를 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 중립성 보장 못하는 공수처장 임명 절차

권고안의 공수처장 임명 절차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위원 7명은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각각 1명, 국회 추천 4명이다. 이 가운데 여권 측 의사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추천 인사와 여권 인사가 맡게 될 가능성이 있는 국회 추천 2명을 더하면 7명의 과반인 4명이 여권 ‘코드 인사’에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혁위에서 권고안 실무 작업은 이윤제 아주대 교수(48·사법연수원 29기)와 김남준 변호사(54·22기)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2012년과 올해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슈퍼 공수처#수사#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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