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전(大戰)’에서 승리한 여권은 22일 야당에 대해 화합의 메시지를 던지며 협치를 다짐했다. 반면 치명상을 입은 보수야당은 내부 분열과 정계개편의 조짐까지 보이는 등 후유증을 앓았다. 하지만 여권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 ‘선거구제 개편’ 등 숙제를 잔뜩 떠안아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민주, “협치”…국민의당 구애전략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명수 인준안 통과 과정에서 경험한 협치 정신을 항상 되새기며 국민의 기대에 응답하는 정기국회가 되도록 노력해 가자”고 당부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간절한 마음으로 야당에 먼저 찾아가고 손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여권의 구애는 사실상 국민의당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핀포인트 협치’다. 임명동의안을 마지막까지 결사반대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포기하더라도 결정적인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도움을 준 국민의당과 함께 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원내외에서는 국민의당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방위 전략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벌였던 고소 고발 사건 20여 건을 최근 취하했고, 당청은 임명동의안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공감대를 이뤘던 선거구제 개편과 분권형 개헌 논의의 첫발을 뗐다.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로 바로 달려가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전 수석은 기자들에게 “선거구제 개편의 기본 원칙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큰 차이가 없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합의점을 이뤄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청와대가 국회 특위의 활동 결과만 지켜보는 것은 책임정치에 맞지 않고 강하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약간의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급할 때만 읍소하지 말고 국회의 합리성을 존중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협치를 실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여권을 압박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선거구제 개편을 함께 논의하는 ‘민정연대’ 출범도 계획하고 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민사회 연대체인 ‘정치개혁 공동행동’에 여야 5당에서 중진 2명이 참여하는 원탁기구를 열자고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 ‘보수 야당발’ 정계개편 탄력 받나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134표의 반대표가 나오면서 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 등 보수 야당은 의석수 부족이라는 분명한 한계도 드러내 정계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바른정당에서는 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가결로 당내 자강파와 통합파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전날 김 대법원장 반대 당론에도 자강파인 하태경 최고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공개하자 통합파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별난 사람하고는 당을 같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하 최고위원은 “주 권한대행 자신의 전략이 실패한 것인데 인신공격을 하면 안 된다”고 각을 세웠다.
보수 정당들의 이합집산은 다음 달 중순 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11월 13일 바른정당 전당대회 즈음이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반(反)문재인’을 기치로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통합파들이 어떤 형태로든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당의 일부 의원들이 함께하는 ‘국민통합포럼’ 등이 가동되고 있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나 연대 가능성도 아직은 열려 있다. 또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야3당의 ‘수도권 연대’를 거론하면서 연대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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