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21일 배우자가 선거범죄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하면 해당 지역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구의 보궐선거에도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불법 선거 운동의 제재를 강화하자”는 취지이나 같은 지역구 경쟁자인 자유한국당 김충환 전 의원(서울 송파갑 당협위원장)을 염두에 둔 법안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김 전 의원의 부인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10년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서다.
동아일보는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20대 국회에서 의원 입법으로 제출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166건을 분석했다. ‘그들이 만드는 그들만의 게임룰’로 볼 만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 지방선거 앞두고 ‘룰 변경’ 시도
우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당(自黨)에 유리하도록 선거 규칙을 바꾸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4일 대표 발의한 법안은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에는 현역 의원이 지자체장 선거 출마를 위해 예비후보로 등록을 하면 의원직에서 사퇴하도록 돼 있다. 이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대선처럼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국당(107석)이 더불어민주당(121석)보다 의석수가 적은 점을 감안해 현역 의원 차출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국회의원들의 기득권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지난달 지자체장 선거에 결선투표를 도입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결선투표를 통해 1995년 첫 민선 지방선거 이후 진보 정당의 광역단체장 선거 첫 승리 가능성을 높여 보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농촌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농번기를 피해 4월에 선거운동을 하도록 지방선거를 6월 첫째 주 수요일(내년 지방선거는 현충일과 겹쳐 그 다음 주 수요일인 13일 실시 예정)이 아닌 5월 첫째 수요일로 바꾸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 ‘특정인 저격·구제 법안’ 속출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법안도 있다. 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올해 7월 비례대표 의원을 당이 제명하면 의원직을 잃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현행법에는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을 해야 의원직을 잃고, 제명이 되면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한다. 비례대표직을 유지하며 바른정당과 정치 행보를 함께하는 한국당 김현아 의원 같은 사례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바른정당 시절이던 올해 2월 소속 정당이 분당(分黨)될 경우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해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김현아 구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등은 ‘꼼수 사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하며 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겨냥했다. 지자체장 보궐선거 실시를 선거관리위원회가 통지받은 날에서 궐위 사유가 발생한 날로 변경하는 법안이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때 후보 선출 뒤 경남도지사직 사퇴를 미루다가 선관위 통보를 마감일 오후 11시 57분에 진행해 보궐선거를 못 하게 막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