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보내드리는 BBC코리아 첫 방송, 리처드 김 기자의 ‘오늘의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26일 새벽 여성 앵커의 다소 떨리는 오프닝 멘트를 시작으로 영국 공영방송 BBC가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첫 라디오 한국어 방송을 시작했다. BBC는 앞으로 매일 한반도 정세와 국제 문제를 담은 약 30분 분량의 뉴스를 0시∼오전 3시(북한 시간) 단파와 중파를 통해 반복 송출할 예정이다. 한국어 방송은 BBC에 새로 추가된 12개 언어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영국 정부는 이번 언어 서비스 확장을 위해 2억9100만 파운드(약 4461억 원)를 지원했다.
프란체스카 언스워스 BBC월드서비스 국장은 지난달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한밤중에 방송이 전파될 예정이라 북한 주민들이 이불 속에서 몰래 들을 수 있다”며 “우리는 반체제 목소리가 아니며 (북한) 정부 편에 있지도 않다. 주민 편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어 방송 시작에 대해 런던의 북한대사관이 BBC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은 소형 단파 라디오만 있어도 BBC 등 해외 방송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방해 전파를 발사해 실제 수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탈북자단체 등에 따르면 탈북자 중 10∼30%가 해외 방송을 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첫 방송은 19분 분량으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자위권 발동 발언, 미군 B-1B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작전 전개 등 북한 이슈와 함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다음 달 총선 실시 추진 등의 기사를 담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첫 인터뷰 대상자로 등장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이 핵으로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심지어 장소까지 제시한 상황은 지극히 위험하다”며 외교적 해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검토 중인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북한이 전혀 도발적인 태도를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리 인도적인 것이라도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BBC는 반 전 총장의 한국 정부 비판 대목은 대북 방송에 송출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텍스트로만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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