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혈육을 둔 이산가족들에게는 기나긴 추석 연휴도 고통의 시간이다.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의 제20차 상봉행사 이후 남북 간 이산가족 만남은 북한의 인도적 교류 거부로 2년째 막혀 있다.
29일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8월 31일 현재 살아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6만76명이다. 한 달 전보다 54명이 줄었다. 한 달 새 61명이 사망했고, 7명이 새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결과다. 이산가족 규모는 상봉 신청자를 기준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산가족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80∼89세(42.9%)로, 규모는 2만5775명이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적십자회담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던 올해 7월 한 달 동안에만 총 397명이 북녘의 가족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고령화가 가져온 이산가족의 현주소다.
분단된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나마도 이들이 유년시절 가족들과 헤어져 어렴풋하게나마 혈육을 기억하는 이산가족 1세대다. 59세 이하의 신청자는 6·25전쟁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이산가족 2, 3세가 얼굴을 모르는 북측의 가족을 만나겠다고 한 경우다. 북한에 있는 가족의 유형은 ‘부부, 부모, 자녀’가 44.6%(2만6790명)로 가장 많고, ‘형제자매’ 41.5%(2만4944명), ‘3촌 이상의 혈육’이 13.9%(8342명)다.
1985년 남북 첫 이산가족 상봉부터 마지막 상봉 행사가 열렸던 2015년 10월까지 가족과의 만남이 성사된 사례는 4185건에 1만9928명으로 집계됐다. 또 3748명은 화상상봉을, 679명은 서신교환을 했다. 생사 확인에 성공한 사례는 7970건에 5만7567명이다. 공식행사가 없었던 지난해와 올해는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정권 출범 이후 남북 인도적 교류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해 왔던 현 정부는 7월 17일 20차 상봉행사 이후 1년 9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을 정식 제안했다. 유례없이 긴 명절 연휴에 이산가족 간의 만남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틔워보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조건으로 내건,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탈북 여종업원 12명과 탈북 후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 씨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어 상봉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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