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A 사립대에서 근무 중인 교직원 B 씨는 계약 기간이 반년가량 남은 요즘 부쩍 초조하다. 매일 구직정보 사이트를 들여다봐도 교직원 채용 공고가 ‘가물에 콩 나듯’ 나기 때문이다. B 씨는 “최근 사립대들이 계약직 재계약을 거부하거나 채용을 줄이고 있다”며 “국공립대 직원처럼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기는커녕 당장 이직할 곳도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민간 부문 비정규직은 오히려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B 씨가 속한 A 사립대는 공문을 통해 계약직 교직원과 비학생 조교들의 재계약이 불가하다고 각 부서에 통보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공공 부문에 이어 민간 부문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압력이 커질 경우 대학 재정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사립대가 선제적 조치에 나선 셈이다.
대학 3곳에서 계약직 교직원으로 일한 B 씨는 “정규직과 비교해 행정 업무의 양이나 난이도는 다를 바 없는데 급여 차이는 2, 3배가 난다”며 “국공립대만 정규직 전환 논의가 시작돼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사립대 교직원 C 씨는 “대학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 채용을 점점 늘리면서 20, 30대 직원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라며 “이들은 2년마다 이 대학, 저 대학을 옮겨 다니는데 국공립대 교직원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사립대가 잔뜩 몸을 움츠리면서 교직원 채용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사립대 교직원 1만154명 중 3930명(38.7%)이 비정규직이었다. 서울 주요 사립대 비정규직의 비율은 △고려대 61.0% △경희대 45.5% △한양대 41.5% △중앙대 40.4% △연세대 40.1% △서강대 37.2% △성균관대 27.8% 등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 사립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이보다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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