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잉크 마르기전 협정 어겨… 우린 훌륭한 군대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3시 00분


[긴장의 한반도]美대통령 연일 ‘대북협상 무용론’

“북한 김정은과 가장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미국인인 데니스 로드먼(전 미국 프로농구 선수)을 대북 비밀 특사로 보낼 생각은 없나?”(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그(김정은)에 대한 내 태도를 잘 알지 않나. 북한 문제는 25년 전에 처리했어야 하는데, 엉망진창이 된 상태로 물려받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허커비 전 지사가 진행하는 미국 TBN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하며 과거 정부처럼 북한과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 시점에서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경제, 외교적 제재나 군사적 옵션 등의 대안을 더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내비친 것이다. 특히 그는 “힘든 일을 넘겨받았지만 처리하고 있다. 우리에겐 훌륭한 군대가 있다”며 군사적 옵션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 대북 정책, “오직 하나만 효과가 있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 전 자신의 트윗 계정에 “(전임) 대통령들과 정부는 25년간 북한과 대화를 해왔다. 여러 합의가 이뤄졌고 막대한 돈도 지불됐으나 효과는 없었다. 북한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협정 어기고 미국 협상가들을 바보로 만들었다”며 대북 협상 무용론을 주장했다. 이어 “미안하지만 단 하나만(only one thing)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모종의 조치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군 수뇌부와 회의 이후 ‘폭풍 전의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라는 수수께끼와 같은 발언을 내놓아 북한이나 이란 등에 대한 군사옵션 등의 조치를 암시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폭풍 전의 고요’ 발언의 진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세히 말할 게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북한을 콕 집어 ‘오직 하나만 효과를 볼 것’이라는 발언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비핵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경제적, 외교적 제재를 통해 핵과 미사일 자금줄을 차단하는 ‘고사 작전’이나 대북 군사옵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CBS방송에 출연해 “북한과의 외교적 해법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군사적 옵션이 ‘마지막 남은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틸러슨 더 강경해져야”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불화설이 최근 불거지면서 대북 대화보다는 제재와 군사옵션 등의 대북 강경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틸러슨 장관과의 관계를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몇 가지 사안에서 이견이 있다. 때론 그가 더 강경해졌으면 좋겠다. 그것 말고는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폭풍 전의 고요’라는 말로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강경책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가운데 나왔다.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고 이란과의 핵협상을 준수해야 한다는 틸러슨 국무장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NBC방송은 틸러슨 장관이 7월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비난하면서 사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불화설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 중이던 틸러슨 장관이 “대북 채널 2, 3개를 열어놓고 있다”고 발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면박을 줬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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