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내일채움’ 709억중 93억 사용… 집행률 10% 겨우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일자리 예산 묵히는 정부

정부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의 목돈 마련을 지원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올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간판 일자리 사업’으로 등장한 정책이다. 하지만 지원 절차가 복잡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올해 예산 709억 원 중 93억 원이 집행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세 번째 직원의 임금을 지원해주는 이른바 ‘2+1 추가 고용제’는 예산이 편성된 뒤에도 상세 운영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추석을 앞둔 지난달 말부터 집행되기 시작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교한 사업 설계는 뒷전으로 밀리고 일자리 사업에 배정해 놓은 나랏돈은 쓰지도 못하고 묵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속도전에 힘쓰기 전에 현재 시행 중인 일자리 정책에 문제점이 없는지부터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홍보 부족 탓하는 정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부터 “일자리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빨리 집행해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자신했던 ‘빠른 집행’은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 청년이 쥐는 목돈을 1200만 원에서 1600만 원으로 400만 원 올렸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집행률은 일반회계 기준으로 지난달 13.1%에 그쳤다. 취업성공패키지 역시 예산 집행률(55.1%)이 올해 7월까지의 전체 평균(62.9%)에 못 미친다. 이 예산은 올해 안에 쓰지 못하면 모두 불용(不用) 처리된다. 지난달까지 두 사업에서 못 쓴 예산만 2600억 원이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 중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의 예산 감소분(1000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취업성공패키지의 청년 구직촉진수당은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이라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청년내일채움공제는 6개월이 지난 이후부터 투입되는 예산이 더 많아지는 구조라 연말에는 집행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회 통과 두 달 지나서야 집행

사업 운영 방안을 뒤늦게 만드느라 실제 예산 집행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다. ‘2+1 추가 고용제’는 지난달 말에야 집행이 시작됐다. 이마저도 1차 공모 신청자에 대한 심사 절차에 착수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 지원을 받을 대상자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기재부 측은 “사업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공모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일자리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업은 마지막 날까지 최대한 발굴해서 넣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사업들을 포함시키다 보니 운영 방안조차 없는 정책들에 예산을 ‘묻지마 편성’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기대했던 고용 창출 효과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추경으로 일자리 2만3500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8월 청년실업률(9.4%)이 1999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고용 시장 한파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땜질식 수정’에 나서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예산이 늘어날수록 재정 효율성이 떨어지고 내수 진작에도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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