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작심 발언’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담담한 박근혜, 준비해 온 900자 입장문 4분간 읽어
울먹인 유영하, “살기 가득한 법정에 피고인 홀로 두고…”
당황한 재판장, 굳은 표정… 헛기침 하고 말 더듬기도
16일 오전 10시 5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리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기 시작했다. 안경을 쓴 박 전 대통령이 4분 동안 900여 자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형사합의22부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50)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박 전 대통령의 목소리는 처음엔 담담했다. 하지만 중간에 “오늘은 구속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말할 땐 목소리가 떨렸다. 잠시 멈췄다 다시 차분한 목소리를 회복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옆에 앉은 유영하 변호사(55)는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입을 꾹 다문 채 박 전 대통령과 유 변호사를 번갈아 바라봤다.
박 전 대통령이 입장문을 다 읽자 유 변호사가 재판부에 10분간 휴정을 요청했다. 김 부장판사가 “피고인 퇴정 후 방청객 퇴정해주십시오”라고 말하자 박 전 대통령은 7명의 변호인단 한 명 한 명과 고개 숙여 인사를 나눴다. 방청객 1명이 “대통령님 정의를 실현해주세요”라고 외쳤다.
20여 분이 지난 오전 10시 30분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법정에 들어선 박 전 대통령은 김 부장판사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변호인단 중 유 변호사를 제외한 6명은 휴정 때 법정을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혼자 박 전 대통령 옆에 선 유 변호사가 ‘사퇴의 변’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면서 살기가 가득 찬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고 말하면서부터 눈시울을 붉혔다. 말이 떨리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표정 변화 없이 방청석을 쳐다봤다. 김 부장판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일부 방청객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유 변호사의 말이 끝나자 김 부장판사는 우는 방청객들을 향해 “퇴정해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이어 “예정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 증인신문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겠다”며 헛기침을 하고 말을 더듬었다.
또 박 전 대통령에게 퇴정하라며 재판 중단을 선언하자 한 방청객이 “대한민국 국민을 다 죽여라”라고 외쳤다. “나를 사형하라”고 소리치던 고령의 여성 방청객은 실신해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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