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최초 보고 시간 문건 조작 및 국가위기관리 지침 불법 변경 의혹에 대한 12일 청와대 긴급 브리핑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맡았다. 청와대 2인자인 임 실장이 나선 것은 적폐청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꼭 임 실장이 나서야 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적폐청산에 대해서도 여권 내 시각이 복잡하게 분화하고 있는 것이다.
○ 靑, “시스템에 의한 장기전” 준비하지만….
“적폐청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단기간에 끝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18일 청와대 관계자는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우려와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더라도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중단하는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회의에서 “과거의 잘못을 찾고, 바로잡는 작업은 시스템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적인 일은 검찰에 수사를 맡기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각 부처가 나서 법률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적폐청산은 각 부처 자율에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부처별로 설치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합동회의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적폐청산이 청와대의 의도와 달리 일반 국민에겐 정치 보복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여권의 고민이다. 청와대의 이른바 ‘캐비닛 문건’ 정치에 대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권력을 잡은 쪽에서 문건을 발표하니 정쟁으로 발전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미 정치권은 ‘노무현·문재인 정권’ 대 ‘이명박·박근혜 정권’ 구도가 고착되면서 정치 투쟁의 블랙홀로 빨려들어 가는 형국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대북 문제, 경제와 일자리 창출 등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청와대가 적폐청산 구도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려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국정감사를 계기로 적폐청산을 일단락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언제까지 과거 정부 탓만 할 수 없고, 적폐청산이 장기화되면 국민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국감을 통해 과거 정부의 문제점을 최대한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법과 제도를 고치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 “검찰에 칼자루만 쥐여주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결과적으로 최종 수사권을 가진 검찰의 힘만 키워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이 뇌물 수수 혐의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검찰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사건을 죄다 맡게 됐다. 법조인 출신의 한 의원은 “정치 검찰 논란이 나올 수도 있고, 수사가 예측 불허로 흘러가면 자칫 검찰 개혁이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적폐청산을 다루는 수사팀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검사 8명을 수사팀에 추가 배치했다. 이에 따라 실제 수사팀 규모는 검사 40명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권력형 비리나 대형 경제범죄를 수사할 때 25∼30명가량으로 운영됐던 것과 비교해도 매우 큰 규모다. 검찰은 수사팀의 규모가 커졌지만 ‘특별수사본부’라는 명칭은 쓰지 않기로 했다.
검찰 내에서는 전임 정권과 관련한 수사팀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검사는 “정권이 검찰을 적폐와 개혁대상으로 규정지어 놓은 뒤 (국정 핵심 과제인) 적폐청산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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