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구치소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미국 CNN이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MH그룹이 OHCHR에 제출할 예정인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 초안엔 “박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갇혀 있으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도록 계속 불을 켜놓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허리 통증 및 무릎, 어깨 관절염 등 만성질환과 영양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잠을 못 자 질환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돼 있다.
MH그룹은 11월 9일 유엔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권고하는 ‘국가별 정례 인권 검토(UPR)’ 이전에 OHCHR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동아일보는 △MH그룹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와 배경 △MH그룹의 실체 △보고서에 나오는 인권 침해 실태 등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 박 전 대통령이 MH그룹에 인권 문제 제기했나?
CNN은 보고서를 작성한 MH그룹에 ‘박 전 대통령의 국제 법률팀(Park‘s international legal team)’이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나 대리인이 MH그룹에 인권 침해 문제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이 MH그룹에 의뢰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MH그룹의 요청으로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영국의 로드니 딕슨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건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지자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박 전 대통령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교민들이 MH그룹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MH그룹의 실체는?
MH그룹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세계 각국 고위급 인사의 법적 외교적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단체다. 2011년 리비아에서 축출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이슬람 카다피를 변호하고 있다.
MH그룹의 대표는 미샤나 호세이니운(여)으로 옥스퍼드대 강사를 하는 국제관계 전문가다. 그룹 이름은 대표 이름의 이니셜 ‘M’과 ‘H’를 따서 지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사건 담당 딕슨 변호사는 MH그룹 소속은 아니다. 영국 변호사 중 최고 직급인 ‘왕실 변호사(Queen’s Council)’다. 만약 미국과 캐나다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교민들이 변호사 비용을 지급했다면 상당한 액수를 지불했을 것으로 보인다.
○ 구치소 인권 침해 사실인가?
박 전 대통령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10.08m² 크기의 독방에 수감돼 있다. 일반 수감자 1인당 기준 면적인 2.58m²의 4배 가까이 된다.
서울구치소는 바닥에 깔린 전기 열선으로 난방을 한다. 난방은 통상 기온이 15도 아래로 떨어지면 가동한다. 여자 사동은 지난주부터 야간에 4시간씩 난방을 켰다. 난방을 하면 실내 온도는 20도 수준이다.
자살 예방 등 수용자 감시를 위해 취침 시간에도 수용실 전등 3개 중 1개는 켜놓는다. 서울구치소가 CNN 보도 직후 박 전 대통령 감방을 점검한 결과 취침시간 조도는 20럭스(lx)였다. 20럭스는 은은한 옛날 가로등 수준이어서 잠을 못 이룰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법무부는 18일 “박 전 대통령에게 접이식 매트리스를 추가 지급하고 의료용 보조용품 사용을 허용했다”며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내부 의료진으로부터 수시로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잠을 못 자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MH그룹의 보고서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7, 8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발가락 부상 등을 치료받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