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 갓바위는 요즘 대입수학능력시험 기도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지극정성으로 마음을 모으면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 정성과 절실함의 상징이다. 권영진 대구시장(55)도 같은 심정이다. 권 시장의 한 가지 소원은 ‘새로운 대구’다.
새로운 대구의 핵심은 리더십을 새롭게 해서 대구를 뿌리부터 살려내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진취적 역동성이 사라지면서 침체되고 무기력해진 대구가 다시 활력 넘치도록 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그의 꿈이자, 그를 움직이는 에너지다.
○ 변화의 싹 틔운 ‘새 달구벌’
권 시장의 의지는 강렬하다. 2012년 18대 대선 과정에서 전국 곳곳을 다닌 그는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전 광주 등 대구를 제외한 주요 도시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하며 힘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때를 돌아보며 “도대체 대구가 추구하는 꿈은 무엇인지, 아니 꿈을 꾸려는 의욕이라도 있는 건지 너무나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당시 대구의 ‘현실’에서 받은 충격을 걱정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바꿔내고 싶었다. “대구 변화와 혁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말은 선거용으로 급하게 지어낸 구호가 아니었다. 서울에서 국회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지만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대구가 활력을 잃은 마당에 그런 개인 경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구시장으로 뛴 지난 3년을 그는 “과거와 단절하고 실력으로 달구벌 미래를 자신 있게 여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한 시간”이라며 “대구 변화를 위한 싹이 돋아났다”고 강조했다. 대구 발전을 위한 비전은 명확하고 대구 경제 체질과 틀을 바꾸는 과제는 하나씩 성과를 낳고 있다. ‘생산을 잃어버린 대구’라는 멍에를 미래형자동차와 물 로봇 의료 등 신(新)성장산업으로 벗어던지고 있다.
그는 대구를 바꿀 수 있는 꿈과 도전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을 정도로 단기성과도 알차다. 구체적 성과를 중시하는 실사구시 정신과 10년 뒤를 정확히 예측하는 큰 그림을 동시에 추구한다.
○ 실력으로 채워가는 대구의 꿈
그는 현장소통 시장실이나 시민원탁회의처럼 시민들과 부대끼며 리더십의 힘을 얻는다. 일각에서는 “행정가 아닌 정치인 출신 시장이어서 그렇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행정과 정치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정(政)’이라는 글자를 통해 이 같은 지적을 넘어선다. 정(政)은 ‘正(정)’과 ‘복(복)’을 합친 말이다. ‘正’은 바로잡는다, 복은 북돋아 채찍질한다는 뜻이다. 그는 “공동체가 바르게 되도록 북돋우는 노력은 행정과 정치를 아우르는 최선의 기준”이라고 했다. 시정(市政)을 펴는 바탕에는 정치와 행정을 융합하는 관점이 들어 있다.
그는 대구가 변방으로 밀려나 잊히는 도시가 아니라 ‘세상의 높고 넓고 큰 언덕’이라는 대구(大邱) 이름값에 대한 사명감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대구가 기댈 언덕은 악착같이 노력해 성취하는 실력뿐이라는 자세다. 대구에서 불붙은 국채보상운동(1907년)과 4·19로 이어진 2·28민주운동(1960년) 같은 역사에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도 무겁게 여긴다. 그는 대구 현안 가운데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대구가 높이 날아오르는 데 꼭 필요한 날개”라고 특히 강조했다.
허세와 의존을 버리고 농부 같은 정직한 태도로 실력과 자생(自生)을 추구해야 대구가 단단해진다고 그는 믿는다. 권 시장은 “쉽고 편한 길이 늘 유혹하지만 난관을 이겨내며 가야 할 길을 선택해야 훗날 새로워진 대구를 만날 수 있다”며 “생기발랄한 변화가 달구벌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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