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은 편 가르기, (전임 정부를) 사정하거나 심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촛불집회 1주년을 기해서다. 또 5월 취임 이후부터 이어온 정치·사회 분야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경제 분야까지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 文 “경제 적폐 청산해야 경제 활력”
문 대통령은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촛불 1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촛불은 이념과 지역과 계층과 세대로 편 가르지 않았다.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통합된 힘”이라고 밝힌 것.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놓고 고심한 끝에 절제된 어조로 촛불의 의미와 적폐 청산 원칙을 언급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약 한 시간 뒤 열린 세계한상대회 참석 동포 경제인과의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정치 보복’ 등 적폐 청산에 대한 비판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은 오래된 폐단을 씻어내고 정치를 바르게 해서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는 (적폐 청산) 여기에는 보수, 진보, 여야 또는 과거의 어떤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다, 이런 것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적폐는) 광복 이후 성장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 그런 사상을 추구하는 사이에 그 그늘 속에서 생겨났던 여러 가지 폐단”이라고 했다. 적폐 청산이 전(前) 정부와 전전(前前) 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닌 광복 이후 쌓인 나쁜 관행을 뜯어고치는 작업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 하지만 ‘광복 이후’ 언급을 놓고 적폐의 범위와 규정이 모호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 있어서도 불공정한 경제, 특권 경제, 이런 적폐들을 청산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6개월을 앞두고 다음 달 1일 열리는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대기업 위주의 ‘불공정 경제’, 비정규직 남발 등 경제 적폐 청산이 민생경제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 “이전에 반대한 정책이라고 다 적폐로 몰면 위험”
최근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3%대 경제성장률’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것도 문 대통령이 경제 적폐 청산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이다.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등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우려 속에도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경제 적폐 청산을 본격화할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
문 대통령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1.4%로 깜짝 놀랄 정도의 성과를 올리면서 금년도 3%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우리 국민에게 활기가 생겨나면서 경제도 다시 활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 새로운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경기 회복에 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부처의 적폐 청산과 정책 혁신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나선 데 이어 ‘4대강 사업’ ‘가습기 살균제’ ‘면세점 특허’ 등 이전 정부에서 진행된 국책사업과 정책 결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는 다음 달부터 본격화될 혁신성장 정책 발표를 앞두고 각 부처에 정책 혁신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료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정책결정 과정을 혁신하는 것도 적폐 청산이다. 다음 달부터 발표될 정책을 통해 적폐 청산의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을 국정 운영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정권의 국정 운영을 적폐 청산이란 프레임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부정적 측면만 부각될 수밖에 없고, 결국 정치·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것. 원전 육성 정책을 ‘원전 마피아’가 남긴 적폐로 보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론화위원회까지 구성했어야 할 정도로 갈등이 확산된 게 대표적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집권세력이 과거 야당 시절 반대했던 정책을 지금 와서 다 적폐로 몰면 우려스럽다. 국가의 미래 비전을 설정하는 데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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