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4조4000억 원 규모 차명계좌가 과세 대상이라고 해석했다. 국세청이 세금 추징에 나서면 이 회장은 1000여 개 차명계좌의 이자 및 배당소득의 99%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는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회장 차명계좌와 관련해) 검찰 수사, 국세청 조사,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차명계좌임이 확인되는 경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에 따른 비실명재산으로 봐서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해야 하는 것에 동의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세당국이 (차명계좌가) 과세 대상인지 질의하면 금융위원회가 회신하겠다”며 “금감원과 협의해 차명계좌에 대한 인출, 해지, 전환 과정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2008년 조준웅 특검팀은 이 회장이 삼성 임직원 명의의 은행 및 증권사 차명계좌를 통해 4조5000억 원 규모의 재산을 숨겼다고 발표했다. 차명계좌 대부분은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 등에 집중됐다. 이후 이 회장은 2008∼2009년 차명계좌에 있는 4조4000억 원의 돈을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과세 당국은 이 회장의 이자 및 배당수익에 대해 계좌별로 최대 38%의 세금(총 464억 원)을 추징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실명 전환 및 과징금, 세금 부과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차명계좌 1021개가 이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실제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인 만큼 실명 전환 및 과징금 대상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다만 특검 조사 결과 계좌의 실소유주가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져 차등과세 대상은 맞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90%, 지방소득세까지 합하면 99%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박 의원실은 이 회장이 내야 하는 차액분의 세금이 1000억 원대에서 최고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소멸시효 문제로 과세 가능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체로 세금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다만 납세자가 ‘사기나 부정한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면 10년으로 연장된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적 관심 사안이라 연구 검토하는 중”이라며 “긴밀히 협의해 적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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