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홈피 ‘낙태죄 폐지 청원’ 23만명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1일 03시 00분


20만이상 참여땐 공식답변 방침
靑 소년법 폐지 이어 ‘2호 답변’ 전망

“임신 12∼16주라면 3세트 복용하면 됩니다. 가격은 100만 원입니다.”

인공유산약물 ‘미프진’ 판매업자는 30일 ‘임신 15주인데 낙태약을 구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설명서대로 하면 부작용이 전혀 없다”며 “주문 다음 날 바로 약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낙태 자체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도 임신 10주까지만 의사가 엄격한 절차를 거쳐 처방한다. 그럼에도 미프진이 국내 웹사이트 등에서 ‘3일 복용하면 생리통 정도의 통증으로 낙태율 99.9%’라며 버젓이 팔리고 있다.

미프진은 1980년대 프랑스 제약회사가 개발한 먹는 낙태약의 브랜드명이다. 국내에선 판매 자체가 불법이지만 스스로 ‘정품 직수입 공식 판매처’라고 소개한 가짜 약국까지 등장했다. 한 업체는 사이트에 “낙태수술의 실패율은 0.1%, 미프진의 실패율은 0.001%에 불과하다”며 “3일만 먹으면 태아가 하혈과 함께 자동 배출된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들은 대부분 병원, 약국 등 의료기관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본보 확인 결과 등록된 주소, 사업자등록번호는 모두 가짜였다.

불법으로 유통되다 보니 익명 구입이 가능하다. 미성년자 등 청소년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30일 판매 사이트에 접속하자 ‘전문 약사’라고 주장하는 상담원이 채팅창을 열었다. 상담원은 임신 9주 미만은 39만 원, 9주 이상은 59만 원을 요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ID)과 집주소 등을 보내면 바로 구입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품’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산 ‘짝퉁’일 때가 다반사”라며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가뜩이나 심리 상태가 불안정한 여성을 노린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주의를 당부했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10주 이상의 여성이 약물을 복용하면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출혈할 수 있다”며 “약물 유산은 태아의 일부가 여성의 몸에 남을 수 있어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낙태죄 폐지와 미프진 합법화’에 대한 국민청원 참여자가 23만 명을 넘었다. 지난달 30일 처음 게시된 이 청원은 마감 이틀 전인 28일 밤까지만 해도 6만여 명이었지만 여성들의 적극 투표 독려로 29일 밤 20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한 달 이내에 20만 명 이상이 국민청원에 참여하면 이후 한 달 이내에 해당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부 고위직이 해당 안건에 대한 답변을 내놓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부산·강릉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자 지난달 25일 국민청원 답변을 처음 내놓았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다음 달 말까지 미프진 처방 허가와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동주 djc@donga.com·김단비·유근형 기자
#낙태죄#폐지#청원#미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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