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성 “朴 재판서 ‘문고리 측근’에 증언 부탁…안봉근·이재만 둘 다 안 나타나”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0월 31일 13시 41분


채명성 변호사
채명성 변호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채명성 변호사(39)가 탄핵 심판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 중 자유의 몸이었던 이재만·안봉근에게 증언을 부탁했지만 이들이 결국 재판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31일 뉴시스는 채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게 도움을 받았냐는 질문에 "그게 참 세상 인심이 무섭더라. 문고리 측근들에게 변호인들이 증언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끝내 나타나지 않더라. 정치권도 마찬가지고"라고 씁쓸해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게 된 계기에 대해선 "태블릿PC 사태 이후 젊은 변호사들끼리 '이건 너무 심하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중 한 명이 대통령 측과 연락이 됐다. 곧바로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후 채 변호사에게는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욕 많이 먹었다. '나이도 어린 게 싹수가 노랗다', '돈 얼마나 받아 먹었냐' 등등. 출신 고교에서는 '모교 망신 다 시킨다'는 소리도 들었다. 온 세상이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았다. 집사람은 테러 걱정까지 했다"고 밝혔다.


수임료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채 변호사는 "탄핵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무렵 대리인단과의 회의가 있었는데 박 전 대통령께서 한 명씩 인사를 하던 중 제 손을 잡고 '로펌도 그만두고 어떻게 해요'라고 걱정하시더라. 형사재판 중에도 변호인들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래도 변호인들은 오히려 재판이 길어지면 수임료 부담이 커서 대통령의 노후 대책이 제대로 되겠나 걱정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변호인으로서 본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낯을 가리신다. 안면트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한번 안면이 트이면 먼저 인사하고 말 붙이고 농담도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6개월이 넘는 구속기간 중에 변호인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면회하지 않았다. 가족과 정치인, 지지자들의 면회 신청이 쌓여 있었지만 자신이 수의를 입은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제가 본 박 전 대통령은 자존심 강하고 차분한 분이셨다. 누구에게 하대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다만 처음에 가까이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조금만 친해지면 잘 해주시고 상냥하시다. 배려심도 많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사임 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는 법정 진술에 대해선 "말씀도 잘하고 글도 잘 쓰시는 분이다. 탄핵 때 처음 청와대 들어가서 대통령 말씀하시는 거 보고 놀랐다. 정말 말 잘하시더라. 탄핵 대리인단 앉혀놓고 본인의 생각과 법리적으로 궁금한 거 쭉 말씀하시는데 논리 정연했다. 최순실 사건 터지면서 언론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가 너무 심했다. 마치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처럼 만들어놓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