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39번 언급하고, 그중에서도 ‘사람중심 경제’라는 말을 8차례나 반복하면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표방하는 사람중심 경제는 결코 수사(修辭)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 바로 변화의 적기라고 믿는다”며 임기 초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예산 증액의 핵심은 사람중심 경제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사람중심 경제는 △일자리 늘리기 △가계소득 증대 △혁신성장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연설 도입부에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일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정확히 20년 전의 외환위기는 불쑥 날아든 해고 통지였고 가장의 실직이었으며 구조조정과 실업의 공포”라고 말했다. 이어 “그 후유증으로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되고 국민의 삶이 무너졌다”고 언급했다. 나랏돈을 투입해 일자리를 확충하고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이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무한 경쟁 사회의 해법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일자리 늘리기에 예산을 크게 투입했다. 내년에 19조2000억 원을 일자리 확충에 배정하면서 올해(17조1000억 원)보다 12.3% 늘렸다. 정부는 이 돈으로 공무원 3만 명, 사회서비스 일자리 1만2000명 등 정부 일자리를 늘린다. 군 부사관(4000명), 경찰(3500명), 근로감독관 등 생활 밀접 분야 공무원(6800명) 등을 뽑고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노인 요양인도 각각 7000명, 5000명 늘린다.
가계소득 증대는 예산을 풀어 국민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5세 이하 어린이에게 월 10만 원씩 주는 아동수당(1조1000억 원),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5만 원씩 주는 기초연금(9조8000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이 16.4% 늘어나면서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보조로 지원해 주는 3조 원 역시 가계소득 증대 예산으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부탁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이들 예산의 삭감 없는 원안 통과를 당부했다.
○ 국회의 여야 ‘격전’ 예고
문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양극화를 개선해야 국민의 삶과 국가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는 놀라운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했지만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일제히 “공무원 늘리기는 일자리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예산을 책정해 최저임금 3조 원을 보전하는 문제도 “시장경제 국가에서 예를 찾아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대통령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종합정책질의(6, 7일)와 부별심사(8∼13일)를 거쳐 다음 달 2일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람중심 경제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다”며 “다만 그 투자가 ‘퍼주기’에 그치지 않고 경기 진작과 성장동력 확보 등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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