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가 7일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9) 측근들의 롯데홈쇼핑 금품 수수 의혹 수사를 시작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전 수석 관련 의혹은 검찰이 지난해 가을 롯데그룹 오너 일가 경영 비리를 수사할 때 이미 언론 보도까지 나왔던 내용이다.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사법연수원 23기)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투신자살한 바로 다음 날 전 수석 수사를 본격화한 것은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변 전 차장과 함께 2013년 ‘댓글 사건 수사 방해’ 의혹으로 조사를 받던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42·38기)가 자살한 다음 날에도 검찰은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1·구속) 등을 체포하며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수사를 공식화했다. 공교롭게도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 수사 대상자가 자살할 때마다 새로운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자세다.
전 수석 사건은 지난해 검찰이 롯데홈쇼핑이 방송 재승인을 받기 위해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확인하던 중에 불거졌다. 롯데홈쇼핑은 방송 채널 사용 재승인을 받을 무렵인 2015년 상반기 전 수석이 회장을 맡고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 3억 원을 냈다. 당시 전 수석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어 국회가 각종 방송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데 영향력이 컸다.
롯데홈쇼핑이 방송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국회 내 여론을 잠재우고 우호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e스포츠협회를 후원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e스포츠협회에 고액 후원금을 낸 다른 기업들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검찰 수사는 홈쇼핑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허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비자금을 만들어 로비자금으로 쓴 혐의로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57)을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강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수사 동력이 떨어진 까닭이었다. 강 전 사장은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에서도 전 수석의 가족이 롯데홈쇼핑에서 받은 기프트카드를 사용한 정황 등을 확인했지만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수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전 수석의 측근들이 e스포츠협회 자금을 유용한 정황 등이 드러나자 1년여 만에 수사를 재개했다.
전 수석 측은 “500% 문제될 게 없다”며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51)은 전 수석 등을 지목해 “게임산업에 농단 세력이 있다”고 공격했다. 전 수석은 당시 여 위원장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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