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은 8일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한국이 지난 3년간 130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 이상의 미국 무기를 구매한 것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 정부에서 도입에 합의한 주요 무기(F-35A 전투기, 글로벌호크 고고도무인정찰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의 구매 예산 확보를 위해 2022년까지 국방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는 계획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첨단 정찰자산 등 최첨단 군사자산의 획득·개발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자체 방어에 꼭 필요한 전력으로 ‘첨단 정찰자산’을 언급한 배경이 주목된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을 위한 핵심 전력의 도입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임기 내(2022년 중반)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을 목표로 잡고 조인트스타스(JSTARS) 지상감시 정찰기 같은 미 전략무기 구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자체 방위’는 전작권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십억 달러어치의 ‘무기 세일즈’를 약속했다는 비판도 전작권 조기 전환을 위해 거쳐야 할 관문으로 문 대통령이 여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조기 전환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첨단 무기 도입과 전작권 전환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 전작권 전환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잇달아 연기됐다. 전환 시기도 2012년(1차)에서 2015년(2차)에 이어 조건에 기초한 전환(시기 명기하지 않음)으로 늦춰졌다.
한국군의 독자적인 대북 감시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전작권을 한국군이 가져오면 정찰위성 등 미 첨단 감시전력이 수집한 대북 전략정보를 원활히 제공받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전략정보에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 징후와 김정은 지휘부의 움직임 등이 포함된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으로 보인다. 이지스 구축함과 공군 조기경보기(피스아이),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등을 갖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상당 수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글로벌호크가 들어오면 대북 감시능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호크는 18km 고도에서 지상의 30cm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찰위성급 감시 능력을 갖고 있다. 내년과 후년에 각 2대씩, 총 4대가 도입된다.
여기에 조인트스타스까지 도입, 배치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연중 24시간 실시간으로 촘촘히 들여다볼 수 있다. 군 당국자는 “피스아이와 글로벌호크, 조인트스타스 등 ‘3중 대북 그물감시망’을 2, 3년 안으로 가동하면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고 (문 대통령이)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핵추진잠수함이나 SM-3 요격미사일 도입은 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미 첨단 정찰자산 도입 협의가 가장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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