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가 정치권을 회오리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검찰의 정치권 수사가 현직 의원들의 특활비 수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에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친박 핵심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특활비 1억 원을 국정원 측에서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로 불렸다. 최 의원이 특활비를 받은 시점은 2014년 6월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출범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발탁돼 ‘경제 사령탑’ 역할을 할 때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그의 성을 따 ‘초이노믹스’라고 부를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으로 복귀한 최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 인사들을 지원하며 ‘진박(진짜 친박) 마케팅’을 벌여 논란이 됐다.
검찰은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가 된 2014년 6월 국정원장이 된 이병기 전 원장이 최 의원에게 특활비 1억 원을 주도록 국정원 관계자에게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회의원에게 특활비가 전달되도록 결정하고 지시한 혐의를 영장에 포함시켰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9개월 동안 국정원장으로 재직한 뒤 곧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특활비 1억 원은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구속)과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1·구속) 등 이른바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청와대에 상납된 국정원 특활비와는 별개다.
검찰은 최 의원 말고도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 실세로 불렸던 의원들에게 국정원 특활비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 친박 인사는 “특활비를 받은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면 전 정부 장관 중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디에 썼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뇌물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인 자유한국당 원유철, 이우현 의원도 친박계로 분류된다.
서훈 국정원장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정원 특활비를 둘러싼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에 따르면 서 원장은 “(언론 보도처럼 특활비 전달 관련)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정보위원들에게 이야기하거나, 정보위원들과 ‘떡값’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일절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이 빼돌린 돈이 30억 원 더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으며 관련 언론사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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