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의 무기 개발 등을 지원한 중국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밝히면서 당분간 대북 제재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직후 중국이 북한에 특사까지 보내면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결국 중국 특사가 빈손으로 귀국한 것이 미국의 압박에 명분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오래전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어야 했다. 수년 전에 했어야 했다”며 “이 지정은 북한과 관련자들에게 추가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분간 북-미 대화가 성사되기 어렵다면 좀 더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발언이다. 또 “북한 정권은 법을 지켜야 한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모든 지원을 멈춰야 한다”며 “오늘 이 조치를 하면서 우리는 멋진 젊은이였던 오토 웜비어와 북한의 탄압에 의해 잔인한 일을 겪은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당초 국무부 법률관련 부서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확실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지만 백악관이 강경한 태도로 밀어붙여 재지정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미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제재와 미국 등의 독자 제재를 받아온 터라 재지정에 따른 직접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날 백악관에서 별도 브리핑을 통해 “매우 상징적인 조치로, 실질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현재의 제재들이 다루지 못한 다른 많은 행위를 금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여전히 외교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외교 당국은 미국 정부에 “재지정을 하더라도 미국의 국내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점과,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는 메시지를 담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고위 외교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이 북-미 간 대화 채널을 언급했지만 8월 이후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부가 15개 안팎의 중국 기업에 대해 독자 제재를 하는 것도 이런 기조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가 북한에 대해 매우 거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며 이는 2주에 걸쳐 마련될 것이다. 2주가 지나면 제재는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의 불법행위를 돕는 기업이나 개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각국이 정세 완화와 대화, 협상을 통해 한반도 핵 문제가 정확한 궤도로 되돌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도 “북-미 간 긴장과 대립을 고조시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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