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북한 병사 오모 씨(25)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은 이 병사가 심한 총상을 입고 두 차례나 대수술을 받은 점을 감안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예방 치료를 병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오 씨는 의식을 회복했고 인공호흡기도 떼어내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로 호전됐기 때문에 총상 입은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PTSD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PTSD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위급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 사건 후에도 지속적으로 당시의 공포와 혼란을 떠올리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환각까지 경험하는 일련의 증상을 말한다. 심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거나 자기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해리(解離·Dissociation)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오 씨는 현재 “남한 노래가 듣고 싶다”고 하다가도 갑자기 횡설수설하는 등 불안정한 의사 표현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장시간 마취와 수면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술 후유증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진은 PTSD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오 씨는 PTSD 증상을 촉발하고도 남을 경험을 했다”며 “일관된 의사 표현과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하려면 정서적 지지와 심리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총격에 따른 PTSD를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길게는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안보경영연구원이 2013년 국방부 의뢰로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과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을 경험한 해군 부사관, 장교 6명을 조사했을 때도 5명이 수면장애와 정서적 마비 등 전형적인 PTSD 증세를 보였다. 제1연평해전(1999년 6월 15일)에 참전한 뒤 PTSD 진단을 받은 박모 씨(45)가 10여 년이 지난 뒤에도 환각에 시달리다가 집에 불을 지른 사건도 있다.
오 씨에게 폐렴과 패혈증 증세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추가적인 2차 감염만 없다면 건강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조현민 흉부외과 교수는 “수술한 부위에 2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고 아물어야 한다”면서 “영양 공급은 정맥주사로 하겠지만 봉합된 장이 제대로 아물면 구강으로 식사가 가능해 이때가 되면 환자 상태가 급속도로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에 따라 기생충 감염 치료와 B형 간염 치료도 병행할 예정이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간이나 콩팥 등 장기에 총상을 입은 것이 아니고 소장 부위 손상으로 40∼50cm 절제한 것이어서 사실상 금방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며 “현재 상태라면 조만간 일반병실로 옮기고 10일 정도 지나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측은 22일 오 씨 상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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