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법정.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사진)가 피고인석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장이 오후 3시 25분경 휴정을 선언한 직후다.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물을 마시며 “약을 먹고 가야겠다”고 말한 최 씨가 갑자기 “너무 분해서 못 살겠단 말이에요. 죽여주세요”라며 오열했다. 당황한 최 씨의 변호인이 달랬지만 최 씨는 “너무 가슴이 답답해가지고…더 살고 싶지가 않아…”라며 그대로 법정 바닥에 주저앉았다.
법정 경위와 여성 교도관들이 최 씨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최 씨는 “못 가겠다”고 버텼다. 결국 경위와 교도관들은 최 씨를 휠체어에 태워 법정을 빠져나갔다. 약 10분 뒤 최 씨 없이 재판이 시작됐다. 최 씨가 통곡하며 “살아서 뭐 하냐”고 고래고래 외치는 소리가 법정 안으로 들려왔다. 재판부는 “최 씨 출석 없이 재판 진행이 어렵다”며 30분 만에 공판을 마무리했다.
최 씨의 이러한 돌발행동은 최근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청와대 상납 수사에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가 특활비와 관련해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는 등의 얘기가 나와서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최 씨는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했다. 최 씨는 변호인 등에게 “돈에 ‘국정원 돈’이라거나 ‘대통령 돈’이라고 적혀 있느냐”며 “특활비 존재를 모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최 씨의 옛 측근 고영태 씨(41)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청와대가 국정원에서 상납받은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최 씨가 운영했던 서울 강남구의 이른바 ‘비밀 의상실’에서 제작한 옷값으로 지불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고 씨는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4500만 원 상당의 박 전 대통령 옷 100벌가량과 가방 30∼40개를 전달하고 최 씨에게 돈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오후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의 휴대전화와 승용차를 압수수색했다. 우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뒤 자신의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수사관들이 가로막고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하려고 한다”고 하자 당황한 표정으로 “휴대전화와 차량요?”라고 되물었다. 우 전 수석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 등의 동향을 불법 사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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