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겨 캐나다 코치 “평창 티켓 확보한 제자들, 내가 충고하고 싶은 것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17시 21분


“북한 피겨 선수들이 평창에 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그들과 평창 행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우선 세계대회 메달권 실력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북한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평창 겨울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18)-김주식(25·이상 대성산 체육단)을 지도하는 외국인 코치인 캐나다인 브루노 마코트(43)는 이렇게 밝혔다. 마코트 코치는 17일(현지시간) 출장차 찾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로이터와 인터뷰를 갖고 평창 티켓을 확보한 제자들이 한국을 찾기를 희망했다.

마코트 코치는 북한의 두 선수에 대해 “그들의 최종 목표는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 안 되나? 그길로 가기 위해 내가 충고하고 싶은 것은 보다 자주 국제무대로 나가 경쟁하라는 것”이라며 평창 행을 권했다.

여러 나라에서 객원 코치 역할을 하며 선수를 지도하는 그는 북측의 제안으로 3월부터 렴대옥-김주식 조의 훈련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은 처음엔 냉담했지만 점차 마음을 열어 본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인간적이고 애정 어린 선수들”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두 선수는 올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로 날아가 두 달 동안 마코트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이후 이들은 9월 29일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총점 180.09점으로 자신들의 ISU 공인 역대 최고점을 세우면서 종합 6위에 올랐다. 평창 티켓도 거머쥐었다. 북한의 겨울올림픽 출전권 확보는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8년 만. 2014년 소치 대회엔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마코트 코치는 선수들과 평창 행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선수들 곁에는 통역자 겸 보호자격으로 북한 스케이팅 협회에서 파견된 인물이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기엔 한계가 있다.

마코트 코치는 “선수들과 우선 세계대회 메달권 안에 드는 것, 훌륭한 팀이 되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선수들을 향한 평양의 노력과 에너지는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렴대옥-김주식 조의 실력에 대해서는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잠재력이 있는 단계”라며 “좀더 힘과 스피드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은 평창 티켓을 확보한 이후로도 두 달 가까이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평창 올림픽에 대한 보도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5일 렴대옥-김주식 조가 속한 대성산체육단에 대한 기사를 통해 “체육의 과학화 수준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그대로 경기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북한은 내년 1월 말 최종 엔트리 등록 때까지 국내외 정세를 살피며 평창 참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